엄마의 발레일기3
플리에[plié]
꼿꼿이 서서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 (네이버 프랑스어사전)
발레클래스에서 먼저 배우는 동작은 플리에다. 사전의 뜻에도 나와있듯이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인데 텍스트로 이렇게 쉽게 써지는 것이 억울할 만큼 정석대로 하기 쉽지 않는 동작이다. 일단 두 발끝과 양쪽 무릎이 서로 바깥쪽을 향하는 턴-아웃으로 다리를 둔다.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살짝(데미demi) 혹은 완전히(그랑 grand) 앉았다가 일어나야 하는데, 이때 발레선생님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엉덩이 빼지 말고!'라는 거. 아니, 앉았다가 일어나야 하는데 어떻게 엉덩이가 뒤로 안 빠질 수 가 있어?? 그러니까, 플리에는 허리와 등을 세우고 마치 벽을 타고 내려가듯이 살포시 앉았다가 일어나야 하는 건데, 이렇게 하려면 허벅지 안쪽, 아랫배에 엄청난 힘을 주고 내려앉다가 올라오는 느낌을 가져야만 한다.
플리에는 거의 모든 동작에 기본 동작으로 쓰인다. 점프를 하기 전에도, 턴을 돌기 전에도 항상 따라 붙는다. 플리에를 충분히 해줘야 동작을 완성도 있게 그리고 안전하게 해낼 수 있다. 충분히 낮아져야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것이 참 모순적이다. 하지만 플리에를 많이 할수록 높이 점프할 수 있고, 착지할 때도 다치지 않을 수 있고 있다. 어딘가에선 플리에는 도약을 하기 위한 준비자세라고 했다. 도약을 위한 준비자세, 얼마나 든든한 말인가?
나는 어렸을 적부터 운동신경이 참 없는 아이였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듯하다. 처음 발레를 배울 때 걱정이 앞섰다. 나는 운동신경이 없는데, 유연하지 않는데. 하지만 이젠 알고 있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즐겨보자. 우리는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것이니까. 너무 잘하고 싶은 하는 마음이 앞설 때,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몸을 한 번 눌러주며 숨을 고르고, 다음 동작을 준비해 본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잠시 웅크려진 모습은 활짝 펼쳐지기 위한 나중을 위한 것이니까. 가장 쉬워 보이지만 무너지면 안 되는 기본동작, 플리에. 이렇게 발레를 배우며 또 하나를 더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