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트에 빛이 나는 레전드 카드 17장과 케이스구성을 특히 좋아하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에요.
물론 포켓몬카드와 스키비디토일렛 카드 등 유행이 지난 카드도 구석에서 잊히고 있지만 초등학교 2학년 가을이 되어 슬슬 사 모으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브롤스타즈 게임의 캐릭터들이 나온 카드입니다.
"엄마, 3천 원 벌려면 뭐 해야 돼요?"
"응, 건조기에서 지금 꺼내주는 빨래 모두 개면~"
눈을 번뜩이는 아들은 여태 남의 일이었던 빨래를 보면서 앉아서 실실 웃기 시작했어요.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또 뭐가 있는지를 물어볼 줄 알았는데 열정적으로 꼼꼼하게 빨래를 개기 시작하자(엉뚱하게 둘둘 말기도 하며) 너무 후하게 값을 쳐 준 것 같아 금세 후회가 되었어요.
저의 용돈 지갑에서 3천 원이 지불되고 집안일 한 가지를 덜어냈어요.
빨래 개어 주는 기계 나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체험판이었네요.
그 길로 문구사에 가서 브롤스타즈 카드를 사고 그때부터 종일 쫓아다니며,
"엄마, 3천 원 뭐 하면 벌 수 있어요? 네? 엄마?"
"아.. 쫌~! 그만. 3천 원이라니, 안돼."
"아 그러면 2천 원!"
"너무 비싸."
"그럼 천 원요, 제발요~! 뭐 하면 벌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씻고 자면 300원"
아들은 곧바로 씻기 알바에 돌입했어요.
돈이 참 좋더군요. 단돈 300원에 취침을 30분 앞당겼어요.
다음날 눈 뜨자마자,
"엄마? 3천 원 뭐 하면 벌 수 있어요? 이제 저금통에 돈도 얼마 안 남았으니 통장에서 세뱃돈 찾아야겠어요."
위기를 느낀 저는,
"그러면 방 정리 장난감 분류대로 싹 다하면 천 원!"
통 밖에 나온 장난감들을 3분도 안되는 순식간에 모두 때려 넣은 아들이 다 했다며 손을 오목히 내밀었어요.
눈앞에서 치워주는 속력은 빠른 편인 아들은 미술작품과 블록과 종이접기 한 것과 장난감과 바둑돌을 모두 커다란 통에 넣고 다했다고 하는 거예요.
분류작업을 새로이 알려주고 다시 시켰더니 너무 힘들다고 좀 쉬어야겠다고 하더군요.
쉬고 나서 다시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던 아들은
다른 돈 버는 방법을 물으며 실의에 빠져 있었어요. 제가 마저 정리하고 버릴 것을 한 대야 정도 빼서 동의를 얻고 500원을 주었어요.
이번엔 빈병팔이에 나섰어요.
맥주병 3개와 소주병 1개를 팔러 동행했어요. 너무 창피하다며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직원분이 빈 병은 여기에 담아 달라 하더라고요. 결국 490원을 손에 넣은 아들은 바로 씻고 자기 300원 + 자기 방청소 500원 + 빈병팔이 490원= 1,290원과 저금통을 털어 오늘도 브롤스타즈 3,000원을 샀어요.
물질 만능주의를 알려준 것 같기도 하고 노동과 돈벌이를 가르쳐 준 것 같기도 하네요.
엄마 용돈이라 늘 줄 순 없다고 말은 했어요. 저도 커피 사 먹어야죠 ㅋㅋ
몇 달 전에 설거지 한 번에 천 원 벌기 체험시켜본 적 있는데 옆에서 가르쳐주며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고 도와주었었어요.
식세기에 집어넣는 데만약 40분 걸렸어요.
큼직한 고무장갑을 벗을 때까지 '설거지가 이렇게 힘든 지 몰랐다'라고 말하며 한숨 쉬는 모습을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