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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스 Nov 23. 2024

 '생명 과학'이 쏘아 올린 작은 공,  구피 어항

2024.11.03 이웃 주민분에게 구피 분양받음.

안녕하세요, 나예스 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은 방과 후 수업으로 생명공학을 수강하고 있어요.

최근에 '네온테트라'라는 열대어를 가지고 갈 건지 생명 과학 강사님이 물어보셔서 아이와 상의 한 뒤 안 키우기로 얘기했었답니다.


신혼 때  물생활을 해 보았던 저는 아들에게 멸치 같은 녀석 두 마리를 입양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들(어항, 히터, 여과기, 바닥재, 사료, 박테리아제,  수초, 조명)을 들여야 하고


"그 모든 것은 너의 용돈으로 구비해야 하는데 괜찮겠니?"라고 물었더니 다행히  데려 올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정중하게 거절의 문자를 보냈지요. 하지만 강사님의 적극적인 지원과 독려에 힘입어 데려오게 된 열대어 네온테트라 2마리.

생명 과학 시간

가져오지 말았어야 했나 봅니다.

기둥형의 좁은 어항에 네온테트라 두 마리를 넣고 플라스틱 스포이드로  수동으로 휘저으며 공기 방울을 일으키는 것이 최소 장비로 최선을 다 하는 것이었고 생물 관찰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바로 다음날부터 아들은 사료를 주려다 "우웩" 소리를 요란스럽게 내더라고요. 물에서 독한 방귀 냄새가 난다고 호소합니다.


"여과기가 없어서 그래."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생각 정은 더욱 침착해지고 마음은 더욱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엄마, 물 갈아주자요." 싱크대로 달려갑니다.


"아니. 그 수돗물 여기 다른 통에 하루 받아놨다가 줘야 돼. 수돗물 그대로 얘네들이 락스물에 목욕하는 상황이 돼."


몇 마디 나누어 보고 나서 아들은 다급한 마음으로 아끼는 저금통을 털었고 두 마리의 생명 연장에 필요한 여과기와 박테리아제를 구입했어요.


 자갈과 모래도 깔려고 했는데 아들이 그러면 사료가 바닥재 사이에 끼어서 더 냄새날 것 같다고 거절하더라고요.


을씨년스러운 어항입니다.

그 옛날 사슴벌레 싸우지 말라고 수컷 분리용으로 구입했던 작은 채집통이었어요.


이제 어항 꾸미기를 하고 싶어 진 아들은 은신처와 붕어마름 수초를 샀고 움직임이 둔하던 녀석들은 숨지도, 환경을 기뻐하지도 않은 채 1마리씩 세상을 떠났어요.ㅠ ㅠ

갑자기 덩그러니 남은 어항 물품들..


아들은 붕어마름을 재당근해서 돈이라도 굳히길 소망했지만  어항 세팅에 실질적으로 고생한 건 저였기에 제가 더 아쉬움이 컸어요.


당근마켓에서 생물거래는 금지이고 인터넷에서도 예전만큼 열대어를 파는 곳이 많지는 않았어요.


택배 배송 중 폐사도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에 구피 분양 글을 뒤졌지요. 몇 개월 전 글을 찾아 쪽지를 보냈지요. 몇 마리만 구매할 수 없겠느냐고요.


그랬더니 이웃님이 일주일 뒤에 분양 가능하고 그냥 주시겠다고 하시는 거였어요!!


분양을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바닥재 모래를 끓는 물에 소독하고, 붕어마름을 심고, 박테리아제를 넣어 미생물을 세팅하고, 오염되지 않도록 여과기를 풀로 돌려 '물잡이'를 했어요.


집안에서 간식거리를 찾아 싸들고 가서 데리고 오는데.. 세상에 저렇게 많이 주실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집에 오는 내내 신이 난 아들은 사진 찍어달라며 포즈를 취했지요.


다슬기도 엄청 주셨어요! 이끼제거 역할을 잘한다고 합니다.


기존에 히터 없이 키웠다고 하셔서 히터 온도는 24도로 맞추었어요~(적정온도는 약 26도~28도)

 2시간에 걸쳐 어항 물을 떠서 부어주며 물맞댐을 해 줍니다.


물멍 중이신 사육사

다른 생물을 집에 들였지만 기존 친구들도 잊지 않았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아들은 사슴벌레 유충 병도 살펴 줍니다.

'깰끔이'가 요즘 안 보이는 것 같다며 '유충 병' 췌~크 하는 사육사. 3마리중 가장 작은 몸집, 생존 확인 완료

사슴벌레 유충도 잘 자라는지 체크해 주는 아들.


저희 집에서 부화하는 것이 나날이 늘어나는데 이번에는 구피 새끼(치어)까지 태어났네요~  


수초 사이에 숨으라고 붕어마름을 보금자리로 한 군데로 몰아주었습니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구피 치어들


빠르게 움직이는 치어들.

천적이 있으면 더 건강하게 자랄 거라는 생각으로... 우선 이틀 동안 잡아먹힌 녀석들이 없으니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포화상태가 되기 전에 어항과 용품들을 또 들여야겠군요~

ㅠㅠ

아들과 포레스텔라 콘서트, 고우림 군대갔다고 하니 자기 군대 안 가고싶다고..

아들과 첫 어른 콘서트도 이번달에 보았습니다.

간만에 브런치 글 쓰고 있었더니 거실이 조용하다 했어요~

11월 3일에 들여온 구피들, 현재 11월 23일까지 모두 잘 살아 있네요~^^

치어들이 크면 어항을 더 들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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