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하루치 수액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

2일차: 커피

by 나예스

언젠가부터 나의 즐거움 두 가지는 독서, 커피였다. 커피를 마시며 독서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힐링 콤보 세트다. 나에게 집중하며 보내는 '커피 한잔의 여유'였다. 카페에서 만남을 가지면 커피 외 다른 음료를 주문하는 친구가 주위에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어? 커피 안 마셔?"

이렇게 물어보게 되는 나는 두 가지 생각이었다. 첫 번째는 분명히 기호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안 마시려고?' 하는 개인 취향이 일치하지 않는 데서 오는 3%의 쓸쓸함이 있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커피가 맛있는 가게 말고 음료가 맛있는 가게에서 보자고 할 걸 그랬나?' 미처 친구의 취향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10%의 미안함이 순간 스치는 생각에 스페셜 블랜딩 되었다. 내 질문에 답은 반드시 둘 중 하나로 돌아온다.

"이거 마시면 잠을 못 자서."

"속이 안 좋아서."

주변인 중에 카페에서 사 먹는 커피를 맛이 없어서 안 마신다는 사람을 엄마 말고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엄마에겐 오로지 '맥심골드모카'만이 커피였다.)

하긴 나도 종종 자다가 체하고, 종종 카페인 빨로 새벽 3시까지 심장이 두근거려 못 잔 적이 있었지.

여러 날의 생체 기록 데이터가 쌓이자 비로소 오후 3시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다 두 달 전에 야식을 먹는 남편의 권유로, 밤 11시쯤 김치찌개 3스푼과 국 속의 돼지고기 2점을 먹은 것이 계기가 되어, 1시간 후 위장이 타듯이 쓰려서 잠이 안 왔다. 아, 또 체했구나. 소화제를 먹어도 소용없었다. 다음날도 계속 속이 아팠다. 습관처럼 마신 커피를 마신 후부터는 위가 더욱 아파서 밥도 먹을 힘없었다. 동네 의원에 가서 "아무래도 위장에 구멍이 났나 봐요"라고 말하며 증상을 얘기하고 처방받은 약은 '역류성 식도염' 약이었다. 당연한 레퍼토리지만 내과원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술이나 커피 당분간 드시면 안 되고, 과식하지 마세요."

"네네." 언제나 대답은 쉬운 것이다. 아파죽겠다는 생각으론 이참에 모든 것을 끊고 다이어트를 덤으로 가져가리라 다짐했다. 역류성 식도염이라면 목구멍까지 음식이 역류하며 목 근처식도가 아픈 질환이라 여겼다. 나는 관련이 별로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라 생각했다. 목구멍이 아니라 위장, 그리고 등으로까지 퍼져가는 꽉 막히는 통증. 등 쪽이 아픈 걸 보면 설마 췌장염은 아니겠지 하며 겁을 먹기도 했다.내과 원장은 식도가 몸 안쪽으로 있으며 위 판막이 열려서 그 위쪽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설명해 주었다.

그동안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역류성 식도염. 이 흔하디 흔한 이 병명은 나를 무려 2달을 괴롭혔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식도염약을 복용하고도 아픈 적은 없었다.

고춧가루 있는 음식은 본능적으로 멀리 했으며, 위장이 요구하는대로 식사량을 절반이상 줄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커피도 무려 일주일 이상 마시지 않았다. 며칠 커피 안 마신다고 죽진 않더라. 다만 잘 시간에 잠이 쏟아졌다. 낮에도 졸렸다. 잠을 참고 늦게 자니까 당연한 순리였다.

집에서 마실 핸드드립용 원두가 냉장고에 을씨년스럽게 자리 차지만 하고 있었다. 대신 회사 점심시간에 따뜻한 고구마라테 같은 순한 음료를 마셨다. 커피보다는 언제나 음료가 비쌌다. 자금관리를 위해서라도 어서 다시 커피 마실 날이 와야 할 텐데. 그 즐거움을 끊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자, 챗 GPT에게 내 생활습관에 뭐가 문제인지 물어봤다. AI의 '역류성 식도염' 생활습관 개선 처방전은 다음과 같았다.

"너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액체류를 먹고 있어. 네가 말한 아침 국물과 함께하는 식사, 점심때 먹는 탕 종류의 음식점이나 튀김류 그리고 식후 바로 마시는 고구마라테 같은 500ml에 가까운 다량의 액체가 문제야. 네가 말한 회사 근처 식사 중 김밥은 역류성 식도염에 아주 좋은 식품이야. 식사량을 과도하게 줄이지 않고 고형분 위주로 먹고 약 먹는 시간도 식후 30분 이후로 늦춘다면 3일 안에 네가 말한 증상은 개선될 거야."

정말로 그랬다. 그래서 지난 한 달간 내 점심 식사는 설렁탕, 추어탕, 순댓국, 갈비탕, 돈가스, 짬뽕, 짜장면, 다슬기해장국, 뼈해장국 대신 원조김밥, 참치김밥, 샐러드 김밥, 야채김밥 중 1줄이었다. 김밥천국 사장님의 표정이 썩어 있어도 할 수 없었다. 최대한 작은 테이블에 앉아 "야채김밥 1줄이요. 김치는 됐어요"라고 미리 말하는 배려밖에 해 줄 수 없었다.

한 달간 마신 커피와 김밥 위주의 식단


지금 여전히 나는 저녁 8시 이후 먹지 않으려 하고, 커피를 마실 때는 10분 이내 대신 1시간에 걸쳐 마시거나 텀블러에 담아 남은 걸 다음날 아침에 데워마시는 등의 습관을 들였다.

회사 앞 카페 손님은 상권 특성상 주로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발 디딜 틈이 없다. 나보다 위건강이 나쁠 그분들의 위장과 역류까지도 걱정되었다.

현대인의 식후 대용량 커피 습관 이대로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