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작심삼일
작심삼일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경험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자주 경험했다.
어떤 '설레고 희망찬 목표'가 생긴다.
그런데 스케줄을 보니 이번 주는 너무 바쁘니까, 다음 주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포스트잇에 굵은 글씨로 써서 책상에 붙여 둔다. 음, 좋아.
다음주가 되었다. 뜻하지 않게 생긴 일들이 너무 버겁다. 당장의 '급한 일들'은 늘 그렇게 내 삶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신경 쓰이는 이걸 먼저 처리하지 않으면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힐 것만 같다.
그렇게 나의 목표는 더 이상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다. 목표가 아닌 숙제가 되었다.
숙제는 언제나 하기 싫다. 나만 알고 있는 숙제는 더 하기 싫다. 아니다. 너무 하고 싶은데 상황이 안되어서 도저히 못하는 거다.
핑계를 가지고 나를 설득한다. 자기 타협에 들어간다. 내일부터 하면 되지. 다음 달부터가 되고, 하반기, 내년부터로 이월되었다.
언제나 작심을 하면 안 되었다. 작심이의 친구 삼일이가 착 붙어 다니기 때문이다.
습관 만들기와 실행을 부추기는 많은 책을 읽었지 않은가?
꿈은 크게 가지되 이대로 가면 꼭 도달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걸 '이번 달에 해내겠다'처럼 달성 기간을 단기로 잡는 게 아니라 등산하듯, 마라톤 하듯 첫걸음은 작아야 한다.
"에계? 고작?"
나 스스로도 비웃을 정도로 하찮아야 했다.
작심 이의 친구가 '삼일'이라면 고작 이의 친구는 '계속'이었다.
지난해 동안 나는 "브런치에 글을 매주 1편씩 본격적으로 써야지"라고 얼마나 많이 다짐했는지 모른다.
한 해를 돌아보니 크고 작은 성과가 있었지만 내가 진짜 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을 못했다는 자괴감이 날 괴롭혔다. 거대한 숙제를 못 했기에 선생님한테 혼날 시간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쭈그러든다. 자기 비하가 자신감을 맛있게 갉아먹고 있었다.
"... 그럼 뭐 해. 브런치도 못했는데."
"브런치 글을 1주일에 한 편씩 써야지. 쓸 거야. 써야 하는데?"
브런치, 거창하다. 왠지 전문적으로 길게 써야 할 것 같다. 내 책 쓰기, 글 한 편도 못 썼는데 도대체 어떻게 책을 쓴단 말인가.
방법을 바꾸자.
"매일 주제를 가진 글 1줄을 쓰겠다."
새해부터가 아니었다. 새해를 며칠 안 남기고 있던, '마음먹은 그날' 저녁 자기 전에 불 끄고 침대에 누워서 나에게 보내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한 줄 끄적이고 잤을 뿐이다.
내년에 아빠에 관한 에세이를 완성할 거니까 생각나는 에피소드 한 줄을 나에게 메시지로 보냈다. 다음날도 그랬다. 그리고 20일 이상 하고 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파트 한 바퀴 도는 것도 너무 귀찮았다. 일단 집에 들어가면 안 나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사소한 미션이 필요했다.
"나는 매일 14층까지 계단을 올라서 집에 가겠다."
워낙 체력이 약하다 보니 4층쯤부터는 숨이 차기 시작했다. 지금 76일째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물론 빼먹는 날도 간혹 있다. 그럴 때도 누적으로 세면 된다. 만약 어제가 9일 차였고, 오늘 하루치를 못 했더라도 내일은 10일 차가 되는 것이다.
24시간 중 3~4분 밖에 안 되는 이 하찮은 시간이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었다.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끄적인 글 1줄이 나를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계속할 수 있게 도움 되는 활동에는 숙제가 최고였다. 숙제의 친구는 '제출'이었다.
누가 검사한다는 생각을 하면 자기 검열에 빠져서 더 못하겠더라. 그냥 제출 자체가 달성이 되는 거라면 할 수 있었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에게 실망 주기 싫어하는 나의 성향상, 여럿이 참여하는 미션은 달성률이 높았다.
그래서 매일 66일간 글쓰기 챌린지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300자만 쓰면 된다는데 브런치에 써도 될까? 하지만 목표가 만만해지니 시작할 수 있었다. '일단 300자만 써보지 뭐.' 하고 시작하게 되더라는 점이다.
지금 3일 연속 길게 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일단 쓰기 시작하니 할 말이 생기고 있다.
실행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야 한다.
매일 아무 곳에라도 주제에 대한 글 1줄 쓰기, 매일 계단으로 집에 가기. 이거 조차 안 하면 오늘 공친 거다, 하는 마음으로.
근데 다음날 못 했다면? 다시 기회를 준다. 그래, 어젠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 그래도 계속 이어서 하자. 하고 나를 살살 달랜다.
'오늘도 못 할 핑계'는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했지만, '어제는 못 한 변명'은 오늘 다시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작심 이의 친구는 '삼일이',
고작 이의 친구는 '계속이'
숙제의 친구는 '제출이'였다.
당신도 작심이 대신 고작이와 숙제랑 놀다 보면 다른 좋은 친구들도 덤으로 사귈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커다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하찮고 작은 실행, "에계?"라고 할 바로 그 한 가지를 하길 바란다. 못하겠으면 숙제를 같이 할 스터디 그룹으로 들어가라.
2026년 나도, 당신도 목표를 달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