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차 : 의자
딱딱하고 네모 반듯한 의자가 놓인 카페는 잘 가지 않는다. 첫 번째로 의자를 보고, 두 번째로 테이블을 본다. 의자는 나를 감싸 주어야 하고, 테이블은 너무 얄팍하지 않아야 한다. 노트에 필기할 때 들썩이는 얇은 테이블에 등받이 없는 가벼운 의자는 맛이라도 소문나야 간다. 의자는 '환대'이자 서비스정신이라 생각했다. 좀 더 머물러도 좋다고, 잠시라도 편하게 있다 가시라는 뜻으로 말이다.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이나 분식점에서는 일부러 앉기 불편한 의자를 쓰기도 한다.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에 내가 가장 바라던 것은 생각해 보면 식탁이 아니라 '의자'였다. 허리도 아프지만 좌식 생활에서 입식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작은 거실 겸 주방에 의자 두 개만 덩그러니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공중에서 밥그릇을 들고 먹을 순 없으니까. 내가 식탁, 식탁 노래를 불렀던 이유는, 식탁이 있어야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사 갈 때 무엇보다 공을 들여 마련한 것은 주문제작 테이블과 의자였다. 우리 집은 모두 단신이라 기성품 의자에 앉으면 종종 발 뒤꿈치가 들릴 때가 있다. 그래서 식탁과 테이블 다리를 각 5 센티미터씩 잘라서 주문하는 추가비용을 들였다. 6인용 우드슬랩 테이블은 가성비 있는 뉴질랜드산으로 70만 원 정도에 샀고 의자도 개당 6만 원 정도에 샀다.
어제는 가구를 살 건 아니지만 퇴근길에 시간을 내어 원목 가구점에 가 보았다. 독서모임에서 만난 언니가 추천하길, 그 가구점 1층 카페 안에서 마시는 커피가 맛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불면을 무릅쓰고 간 이유는 그 비싸다는 의자를 체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좀 맘에 드는 소파도 앉아보고 자동으로 눈길은 가격표에.
'음. 뭐 , 끽해야 몇 백만 원 밖에 안 하네... 쫄지 마, 쫄지 마.'
난 확실히 원목 가구를 좋아했다. 그곳이 우리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굳이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그 넖은곳 중에 가장 안락한 의자를 곳을 고르고 골랐다.
누가 커피를 입으로 마신다고 했던가. 커피는 엉덩이로 마시는 것이다. 입과 코는 거들뿐. 커피는 참으로 안락한 맛이었다. 피넛버터크림라테였다. 고급진 공간에 걸맞게 우아하게 마시고 싶었지만, 립에 묻은 피스타치오 가루를 돌려가며 핥아먹고 마지막엔 하늘높이 들어 입으로 탈탈 털어 마셨다.
오늘 아침에 집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가장 마음에 드는 잔을 골랐다. 피로를 날리기 위해 선 채로 원샷을 때리려다가, 이내 의자를 찾아 앉는다. 내가 24시간을 사는 동안 커피 1분 마실 여유도 없으면 안 되지. 맛있는 커피를 복용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커피 한잔의 여유는 안락한 의자와 함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