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차 : 기준
오래된 친구와 요즘의 이런저런 주식 관련 얘기를 했다. 최근에 주식 관련 독서를 많이 한다고, 친구는 작은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다가, 큰돈이 투입되면 왜 그런 수익률이 안 나오는지 10년짜리 고민을 이야기했다. 손실 회피 본능이니, 뇌동매매니 이야기하다가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기준이 없어서 그래."
기준. 나만의 법이었다. 얼마 이하면 사겠다고 정하고, 얼마 밑으로 떨어지면 손절한다는 규칙을 정해야 한다고. 한때 들어가 봤던 무료 리딩방처럼 매수가와 손절가를 스스로 정해 두고 그걸 지켜야 한다는. 말이 쉽다. 어떤 사람은 이동평균선 20일선이 120일 선을 뚫고 올라가면서 거래량이 늘어날 때 매수하고, 어떤 이는 활기차게 매수가 이루어지는 오전이 아니라 오후 종가에서 매수한다던가 하는 식이다.
습관이란 무섭다. 게으른 손으로 지금 핫한 주식을 보며 고민을 한다. 내 매매의 가장 큰 문제는 적게 먹고, 많이 떨어져도 내버려 둔다는 거다. 수익률 +1.8%만 되어도 카페라테값을 지갑으로 넣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다. 그 사이 +2.5%까지 올라가게 되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매도한다. 퇴근할 때쯤 아까 내가 잘 판 게 맞는지 꼭 확인하게 된다. 진작 팔았던 내 종목은 +10% 이상으로 마감했다.
친구는 "손절은 예술"이란 말을 덧붙였다. 매수 기준을 정하기가 쉬워도 매도 기준은 아직도 없다. 도저히 내 살을 스스로 도려 내기가 힘들다. 새로운 종목을 산 날에 -7% 이상 떨어진 주식은 기우제를 지내는 심정으로 올라라, 올라라 소원을 빌고 있는 나를 본다. 요즘같이 대형주도 하루에도 여러 번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왠지 며칠 기다리면 올라올 거란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몇 년 전에 운빨을 믿고 산 주식이 더 이상 물타기를 하기 어려운 상태로 내 계좌에 고여 방치되고 말았다. 씁쓸한 패턴을 반복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종목을 이 가격에 샀는지 모르니 조금만 수익을 보고 탈출할 수 있는 금액에 매도 예약을 걸어 두게 된다. 그것도 내가 산 가격이 그날의 상한가보다 작아야 가능하다.
규칙이 없으면 시장이 흔드는 대로 쏠렸다가 나가떨어진다. 안 팔 주식을 사는 게 진정한 답이겠지만, 수익을 체감하고 싶어서 자꾸 짤짤이를 하게 된다. 원치 않는 최대주주가 되지 않으려면 역시, 언제 팔지 미리 정해서 내 살과 함께 빠르게 도려내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사기 전부터 매도 기준을 잡자, 오늘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