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차 : 야식
구 남친, 현 남편을 따라다니는 모임은 늘 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였다. 술자리는 대체로 저녁에 시작되어 새벽에 끝을 맺었다. 나는 안주 파였다. 식성이 좋아서 늘 안주 먹는 재미로 자리를 지켰고, 나중엔 술안주를 만들어 우리 집으로 초대도 많이 했다. 남편 손님들을 먹이고 손님을 초대한 남편이 곯아떨어진 사이 술자리를 지키고, 손님을 재우는 것은 꽤나 힘이 들었지만 흔쾌히 해냈다. 아이를 데리고 호프집에 갈 순 없었고 약속은 계속 잡혔기에 그렇게 우리 집은 암묵적 아지트로 정착되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갈수록 소화는 천천히 되는 것만 같다. 체력과 소화력은 사교성과 연결된다는 걸 이제는 알겠다. 어느 순간 10년 넘게 해 오던 아지트 제공과 안주 만들기를 하기 싫어졌다. 갑상선 암수술 이후 더욱 잦아진 역류성 식도염까지 겪다 보니 야식을 먹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저녁에 해 먹는 마라탕, 마라샹궈와 레드와인을 한창 좋아할 때부터인 것 같다.
위내시경 때 나온 '역류성 식도염' 진단명은 평소에는 통증이 없었기에 전 국민 질환으로 가볍게 여겼었다. 나에게 '식도'는 곧 목구멍이었고, 목이 아픈 적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아니었다. 나이 마흔이 가까워올 때부터 심야 급체가 잦아졌는데, 자기 전에 배가 부른 채로 자고, 잠든 지 2시간 이후 명치 주변에서 시작되는 꽉 막히는 듯한 통증이 상복부 전체를 거쳐 두통까지 치고 올라와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몇 번 바늘로 손가락을 따 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소화제가 아무 소용이 없었고 따뜻한 물 샤워나 찜질팩이 그나마 통증을 줄여주었다. 병원이 가기 위해 새벽 2시부터 아침이 밝기를 기다렸다. 희한하게도 아침이 다가올수록 통증은 사라졌다.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는 담석증이란 사실을 알았고, 꽉 찼지만 아직은 절제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동안 잊을 만하면 나를 괴롭힌 심야 급체가 담석통이라고 확신했다. 단순히 체했다고 표현하기에는 고통이 말도 못 했다. 식구 모두가 자는데 나만 못 자고 앉아 찜질팩을 끌어안고 날을 지새우는 것은 외로운 고통이었다.
세 달 전부터는 어쩐 일인지 낮에도 자주 그 증상이 찾아왔다. 주로 매운 국물식단으로 회사 점심밥을 사 먹을 때, 커피를 2잔 마셨을 때 특히 그랬다. 위염인 줄 알고 내과에 갔더니 약을 3주분 처방해 주었다. 약 먹는 동안 효과가 있었다. 약을 중단하니 다시 시작되는 통증으로 재방문을 하며 "위염이 도진 것 같다"라고 얘기하니, 최근 내시경 검사에서 위염은 없었고,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라는 것이다. 위장에 가까운 쪽부터 위산으로 인한 화상을 입고, 그 자리에 계속 자극적인 음식이 닿으니 타는 듯하고 막히는 듯한 통증이 생겼던 것이다.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들과 늦은 밤과 새벽까지 술과 야식을 먹는 것을 위와 식도가 이제는 고통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내가 야식을 먹을 수가 없는데 무슨 낙으로 그 자리를 지킬 것인가. 저녁 8시 이후 가급적 섭취를 안 하도록 노력한다. 혹시 모임이 있으면 식도염을 인식하고 섭취량을 조절하게 된다. 아직 위장이 튼튼해 보이는 남편의 야식 위주의 식사가 걱정스럽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더 이상 야식과 매운 음식은 내게 즐거움의 단어가 아니다. 속 편한 삶을 다시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