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일 차: 색깔
연둣빛 봄이 다가오고 있다. 봄의 색을 말하자면 진달래 분홍, 개나리 노랑을 제치고 단연 '초록색'이다. 겨울을 어떻게 견디고 기다렸는지 모를 노지의 나무와 단단하고 누런 땅에서 그 두꺼운 표피를 뚫고 기어이 새순이 나온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그 초록색, 연두색의 새싹도 어리지만 여리지 않은 봄의 전사들이다.
누가 "무슨 색깔을 좋아해?"라고 물었을 때 어린 시절부터 습관적으로 답하다 굳혀진 나의 색상, 자연을 닮은 '초록색'을 좋아한다. 옛 시대에는 초록색과 파란색 같이 푸르른 색이 다 '푸른색'으로 불렸다. 하지만 내가 더 호감 가는 초록색 톤이 '푸른'이라는 것으로 말할 수 있을까? 초록색이라는 단어 하나에 다채로운 그 색상을 다 담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언어로 봄의 초록색을 표현할까. 초록색을 가리지는 않지만, 굳이 호감 가는 톤을 정의해 보자면 어두운 색이 아니라 밝은 색이며, 밝다고 희미한 색보다는 힘이 느껴지는 선명한 색을 좋아했고, 때로는 연두색, 노랑연두색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새잎의 연두색을 머금은, 밝고 선명한 싱그러운 계열의 초록색이 좋다. 결국 색깔 자체보다 색이 갖는 생명력과 이미지, 색의 존재감을 좋아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