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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스 Jul 16. 2024

우주를 좋아하는 INTP의  <코스모스> 책 읽기 도전

<코스모스(cosmos)>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코스모스(Cosmos)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며 카오스(Chaos)에 대응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p.43 -

 5~6년 전에 최승필 저자의 <공부머리 독서법>을 읽었었어요. 학교를 졸업 한지는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저도 ‘공부머리’라는 것을 키워보고 싶었어요. 공부를 못한 편이었었고 독서력 또한 거의 없는 상태였지요. 이제 막 책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한 때가 34세였고 보통의 책 한 권을 읽는 데는 아무리 빨라야 2주나 걸리는 엄마였지요.


<플랜더스의 개낭독을 하다 울다

 그 책에 소개된 <코스모스>와 <플랜더스의 개> 두 권 중 '쉬운 책'부터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바로 <플랜더스의 개>였습니다. 학창 시절에 그 흔한 명작이나 필독서도 안 읽었기 때문에 저에겐 <플랜더스의 개>는 TV만화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따스한 애니메이션 장면만이 어렴풋이 남아있었어요. 

”그래, 나도 <플랜더스의 개>부터 시작하자! “

 그러나 이 책을 읽게 되는 날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렸어요. 그런 어린이책 말고 좀 더 급한 현실을 깨우쳐 줄 경제분야 책들을 읽고 있었거든요.

 

"나는 천천히 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뒤로는 가지 않는다."
 - 에이브러햄 링컨 -



 링컨의 만만디, 노빠꾸 정신처럼 저는 신중한 마음으로 준비운동만 하다가 아들이 6살이 된 3년 전에 드디어 <플랜더스의 개>를 읽게 되었습니다. 기왕이면 어차피 읽는 거 한 번에 2명이 보면 더욱 좋잖아요. 아들에게 읽어 주기 위해 낭독을 하게 되었지요. 어른이 되어 처음 읽는 명작은 깊은 사회적 슬픔과 감동으로 다가왔었어요. 영혼이 아름답고 순수했지만 가난했던 네로와 파트라슈가 굶어 죽기까지의 여정, 쌀쌀한 현실이었습니다.     

 책을 낭독하다가 그만 목이 메어버리더니 급기야 눈물을 줄줄 흘리는 엄마를 바라보며 6살 아들은 당황했어요.

  "엄마, 울어? 왜 울어? 에 헤헤헤 엄마 운다~~"

 자신이 잘못한 점이 없고 슬픈 장면이라는 맥락을 짚어보더니 엄마를 놀려대던 아들에게 이 장면이 왜 슬픈지 설명해줘야 했고 결국 꺽쉰 소리로 버럭 짜증을 내며 슬픈 감성을 강요했던 기억이 나네요.^^



<코스모스> 63일 필사와 생각 쓰기

 그리고 다시 2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앞두고 있던 작년 1월에 게리켈러, 제이 파파산의 <The ONE THING(원씽)> 을 읽고 있었는데 '66일 동안 습관'을 만드는 것에 대한 내용을 보고 문득 공부머리를 기르기 위한 마음속 과제였던 <코스모스>를 떠올랐습니다. 그 책을 사고 나서 과연 20쪽이나 읽을 수 있을까, 영원히 할 일 목록에 있으면서 책장 한 귀퉁이에 먼지만 먹고 있지는 않을까 몇 년을 고민했던 거지요.

그러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읽을 용기를 얻고 도전했어요. 그리고 성공했지요! 


<원씽> p.77 습관을 만드는 66일을 보고 <코스모스> 66일 필사를 하게 되다


무려 63일 동안이요~!     

 읽었던 방법은 매일 제가 그날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전 <코스모스> 책부터 먼저 읽는 것이었는데요.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대략 10쪽~20쪽 정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부분필사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장을 적은 이유이겠지요, 어떻게 이해를 했는지, 저의 생각을 적는 것이었어요. 평소 성격 급하고 일을 빨리 해치우고 싶은 기질이 있어서 ‘66일 동안 벽돌책 한 권 읽기‘는 너무나 지루한 목표이기도 하면서 달성하기에는 만만한 시간이기도 했었어요. 목표한 종료일이 다가오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많은 분량을 읽게 되었어요.


저에게 꽂힌 문장을 필사하고 거기에 대한 저의 생각이나 이해한 것을 썼어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책은 구성이 시간의 순서대로 되어있지 않았고, 지구인의 관점에서 별을 탐구하는 인문학+과학=천문학(天文學)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얼마나 제가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인지, 얼마나 세상을 모르고 살아왔는지, 우주가 얼마나 끝도 없이 커다란 공간인지 가늠이라도 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오랜만에 노트를 보니 그 당시 이른 아침에 졸음을 물리치기 위해 서서 독서하던 모습이 생각나고 나름대로 책을 치열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한 부분도 보여서 조금 뿌듯하네요.     



'퀘이사'라는 블랙홀 주변 발광체 

 그리고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저에게 가장 놀라움을 주었던 구절을 잘 보이는 주방 쪽 벽에 써서 붙여놨어요. 424쪽에 있던 '퀘이사'의 존재였는데요.

120억 년도 아니고 무려 120억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 퀘이사는 거대한 블랙홀 주변에 있는 활동적인 핵을 가진 은하 중심부로 인 매우 밝은 빛의 덩어리라고 해요.  지구에서 관측가능한 가장 먼 곳에 있는 천체이자 초대질량 블랙홀이죠. 

 120억 광년이 어느 정도일까요? 1광년은 빛이 진공의 우주에서 1년 동안 진행하는 거리 단위라 km 단위의 거리로는 9조 4,607억 km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1광년이 아니라 120억 광년이라니 상상이 가시나요? 우리의 기술로 그 먼 공간이 관측이 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신비할 따름입니다. 관측 가능한 거리에 있는 천체가 이 정도라면 관측 불가능한 우주의 끝은 얼마나 먼 곳일까요?


120억 년 전 과거를 실시간으로 보다

 거리도 아득한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천체를 망원경으로 보는 그 순간 그 찰나는 퀘이사의 120억 년 전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주에는 각기 다른 질량과 중력이 있고 우리는 ’ 과거-현재-미래‘라는 개념을 ’ 시계‘라는 물건을 통해 눈으로 보고 있지만 우주적 관점에서는 시공간이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요.     

<인터스텔라>라는 SF영화를 혹시 보셨나요? 저는 그 영화가 신기하면서 어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코스모스>를 읽지 않았다면 그 영화에 대해 그마저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많은 성공한 사람들과 철학자, 물리학자들이 과거와 미래가 아닌 오직 현재만 있다고 해요. 생생하게 꿈을 그리며, 이미 성공이 지금 일어난 일인 것처럼 미리 감사한다고요. 

 그런데 이렇게 실제로 관측이 가능한 블랙홀과 천체가 보이는 그 찰나의 순간이 120억 년 전 모습이라는 건 1초 후에 퀘이사가 갑자기 폭발하고 사라진다 하더라도 우리의 후손들이 있을 120억 년 후에나 폭발한 모습을 천체망원경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시공간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 극적으로 와닿더라고요.


나의 MBTI는 언제나 INTP(인팁)

한참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급속도로 유행처럼 퍼질 때 친구들이 너도 어서 해보라며 부추겨서 마지못해 설문을 체크해보면 놀랍게도 늘 아인슈타인과 같은 성향인 INTP로 나왔었어요!! 뭔가 사회적이지 않으면서 무언가에 몰두하는 외골수의 엉뚱함이랄까요.

https://www.16personalities.com/ko
https://www.16personalities.com/ko 

여동생은 저의 유형 결과에 대해 놀랐습니다. 저 빼고 모두가 놀랐어요. 내향성이라는 것에 놀라고 무계획의 성향인 것에 놀랐지요. 

"... 언니 인팁이야?? 그러면 막 우주 그런 거 좋아해?! "

"어떻게 알았어? 나 우주 좋아해. 포레스텔라 '유토피아' 음악 영상에 우주 많이 나와서 더 좋아~!"

"언니 무서워~~ 음.. T란 말이지?.. 그래도 언니는 그나마 사회화된 T네~"

라고 했던 대화가 기억나네요.^^




과학자도 의사도 아니지만 우주와 인체의 신비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문과였지만 요즘 다시 우주에 있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서 우주 그림의 현수막을 구매해서 작은방에 붙여놨어요~ 우주 그림뿐 아니라 알고리즘에 이끌리는 대로 인체에 대한 그림도 몇 장 같이 구매해서 붙여 두었어요. 의대생의 방인 줄 알겠어요. 

아무 방비도 없이 퇴근한 남편이 해골의 눈구멍과 눈이 마주치고는 아주 기겁을 했습니다.   

"앗, 깜짝이야. 이게 다 뭐야?"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요즘 하루에도 자기가 키가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키를 재 달라며, 두세 번씩 키를 재고 있는데요. 척추를 펴고 문지방에 기대면 인체 그림과 뇌의 구조화가 딱 보입니다. 그럴 때 제가 한마디 덧붙이지요.

 "너~ 키 크려면 여기 해골바가지 자세처럼 해야 돼~~"     

저기 간을 필두로 한 내장 그림은 저의 간과 담낭 건강을 생각하며 붙여 두었어요. 작년 11월 복부초음파와 CT 사진에서 담낭에 0.7cm 정도 크기의 석회담석이 10개 이상 가득 찬 것으로 나왔는데요. 대학병원에서는 최근 1~2년 새 담석통은 없어서 일단 제거하지 않고 기다려보자고 하더라고요. 마음속으로 '담석아 없어져라, 빠져나가라' 하며 담낭 그림을 노려보고 있답니다^^. 대학병원 교수님은 저 담석이 없어지거나 작아지지도 않는답니다. 그렇지만 갑상선 암수술 할 때 같이 제거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해서 갑상선 수술만 받고, 쓸개를 떼어내는 수술은 하지 않았어요.


우주에서 인간이라♪ 

악뮤의 노래 중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라는 노래가 있지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 ” 정말 신기합니다. 그 노래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도 “그 수많은 생물 중에 인간이라서 참 다행이야”라는 부분입니다. 정말 인간으로 태어난 게, 이 거대한 우주 중에 ‘인간의 식품’으로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우리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너무나 작아서 하찮아 보이기까지 하는 어느 귀퉁이 은하계, 그 안에서도 8개의 행성 중 하나라지요.     

 시골에서 살던 어린 시절에는 하굣길에 UFO가 나타나서 E.T 같이 생긴 외계인이 둘리를 잡아가듯 저를 잡아가면 어쩌나 궁금해하기도 했고, 우주라고 해 봤자 태양을 둘러싼 우리 은하계 정도밖에 몰랐는데 이제는 우주로 여행을 갈 기술까지 개발되고 있으니 지구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네요! 


MBTI 검사결과가 INTP인 사람은 모두 저처럼 우주를 좋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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