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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스 Jul 19. 2024

책을 왜 읽냐구요? 독서고치를 만드는 중입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폴러스 글.그림 / 김석희 옮김 (시공 주니어

삶과 진정한 혁명에 대한, 그러나 무엇보다도 희망에 대한 이야기 어른과 그밖에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
(글을 읽을 줄 아는 애벌레를 포함하여)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972년에 쓰이고 , 26년 동안 200만 부가 팔리면서 1999년 우리나라에 판매된 베스트셀러, 트리나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을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책을 한번쯤 들어보시거나 읽어보셨나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때 읽었습니다.

책이 어려운 말로 쓰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었지요.

'애벌레가 성공하기 위해 서로를 짓밟고 동료를 아래로 떨어뜨리면서 올라가려고 애쓰는구나, 그런데 위에는 아무것도 없구나. 포기하고 내려오니 마음 편하고 행복하구나. 근데 또 위로 올라가고 싶은 본능에 이끌려 힘겨운 고치를 만들고 드디어 나비가 되는구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생각입니다.


요즘 여러 책을 읽다가 문득 이 책에서 애벌레들이 서로 밟으며  "위로"올라가는 장면이 생각나면서  이제야 다시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이 간단한 우화는 더 이상 줄일 것이 없는 성공철학서였습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어린 왕자> 처럼요.


노랑 애벌레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
" 날기를 간절히 원해야 돼.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하게."
" 죽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겉모습'은 죽은 듯이 보여도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 있단다.
삶의 모습은 바뀌지만 목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야. 나비가 되어 보지도 못하고 죽는 애벌레들과는 다르단다."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지음, 시공주니어 p.75

애벌레로 사는 것포기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지금 편안하게 누리는 것들, 생활양식, 습관, 때로는 환경과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들까지 일 수도 있겠지요.

그 어떤 중요했던 것도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변화의 첫 번째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면요?  너무 많은 곳에 정신이 팔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분산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해야겠지요. 사람은 질문을 받으면 답을 찾게 되니까요.


두 달 전에 갑상선 암수술을 했었죠. 갑상선 종양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유형인 갑상선 유두암은 '착한 암'이라고도 불릴 만큼 수술 후 완치율이 높은 병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심정을 모를 것입니다.

극단적으로는 악뮤 이찬혁의 <파노라마> 노래처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병원 의료파업으로 몇 달을 기다렸어요.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다시 태어난 것과 같은 상황에서 여전히 삶의 의미를 찾는 중이라니! 계속 질문하는 중입니다.


한 분야에 성공한 사람이 쓴 책에는 성공스토리 신화가 있어요. 이야기의 초반에 그들은 보통 사람이라면 겪지 못할 고난과 가난 혹은 수모를 당합니다. 처절한 역경을 계기로 '더 이상 이런 삶을 살지 않겠다'라고 각성을 하지요. 노오력과 시간을 갈아 넣어 피땀으로 일군 그의 과거는 비참할수록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렇게 저도 각성하고 새 삶을 살아내고 싶은데 왜 아직도 삶의 소명이나 의미를 떠올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2018년부터 약 6~7년 정도의 기간 동안 총 250권 정도 책을 읽었어요. 그 기간 안에는 아예 두세 권 밖에 안 읽은 해도 있지만 1년에 50권 정도 읽은 해도 3년 이상 됩니다. 독서고수들이 워낙 많으니 1년에 50권은 그리 놀랄 숫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학창 시절에 순정만화 한 권 읽는 데에 3시간 이상 걸렸던 독해력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발전이지요. 출 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도 틈틈이 독서하고 아이를 재우고 새벽 두세 시까지 책을 읽기도 많이 했습니다. 독서의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 되어 주었고, 점점 책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p.77 시공주니어


p.76 노랑애벌레는 망설이다가 물었습니다.
"나비가 되기로 결심하면 무엇을 해야 되죠?"

" 나를 보렴. 나는 지금 고치를 만들고 있단다. 내가 마치 숨어버리는 듯이 보이지만 고치는 결코 도피처가 아니야. 고치는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잠시 들어간 머무는 집이란다. 고치는 중요한 단계란다. 일단 고치 속에 들어가면 다시는 애벌레 생활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고치 밖에서는 아무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비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란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야!"


저는 이 문장에서 위로를 받았어요.

독서를 어느 정도 많이 했는데, 독서를 하면 삶이 변한다는데, 성공한다는데 왜 나와 내 가족은 나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 도대체 얼마나 읽어야 "너 진짜 긍정적으로 많이 변했다"와 같은 말을 들어 볼 수 있는 걸까 하고요. 지금 남편이나 친구들이 봤을 때 변한 거라고는 책 안 읽던 사람이 틈틈이 책을 보는 것뿐일 겁니다. 오죽했으면 책과 담쌓은 남편이 이런 말까지 했을까요.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책은 도대체 왜 읽는 거야?
책이 막 재미있어~? 아니면 뭐 배우는 게 좋은 거야, 그냥 궁금해서~


저의 남편은 말싸움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늘 상대방에게 반대의견을 얘기하고 싶을 땐 "하나만 물어볼게, "로 시작하거나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로 시작합니다. 처음엔 진짜 하나만 물어보는 줄 알았고,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 줄 알고 성실히 답변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다 허사였죠. 책도 안 읽으면서 책 읽는 걸 태클 거냐고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그걸 알기에 저 '책은 왜 읽는 거야?'라는 말속에 다음과 같은 의미가 들어있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바뀌는 것도 없는데 책은 읽어서 뭐 해?
피곤하면 잠이나 더 자고 짜증이나 내지 말지.

그런데 왜 책을 읽냐고요?  성공하고 싶어서요. 지긋지긋한 돈 걱정도 싫고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싶어서요.  리어카에 집채만큼 폐지와 고물을 쌓아 올리며 도로를 힘겹게 걷는 노인의 모습은 저에게 생존 본능을 위협하는 공포의 장면입니다. 결혼 후 육아휴직 1년 남짓을 빼고는 계속 맡벌이를 했어요. 아이가 생후 10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일을 하는데 왜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지. 왜 이렇게 '내 시간'은 잠을 자는 시간을 줄여야만 겨우 획득할 수 있는지.. 주말과 저녁이 없는 남편의 삶도 지치고, 아이가 한참 손이 많이 갈 때는 홀로 육아를 도맡으며 지칠 대로 지친 저는 삶의 여유를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어요.

2024.07.18 독서모임

저는 저처럼 결혼 후에 자신의 삶이 속박당했다고 여기며 마음의 여유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아내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1. 피해자처럼 굴지 않기 (남탓하지 말기)

2. 뼛속에 긍정 마인드 심기 (실제로 될 수 있다고 믿기)

3. 글을 쓰기 (그지같이 라도 일단 쓰고 나서 보완하기)


<나는 마트대신 부동산에 간다>,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의 저자 김유라 작가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그지같이 해라."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일단 완성을 하라는 말이지요. 이것은 빠르게 실패하기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 할 수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빠르게 도전하고 실패에서 배우며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꽃들에게 희망을> p.114


인간은 왜 빨리 성공하고 싶어 할까요? 유한한 인생을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이겠지요.

p.114 꼭대기에 오르려면 기어오르는 게 아니라 날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성공하고 싶은 욕구만 가득 찬 바쁜 마음에 다른 사람이 "저기다!" 하는 방향으로 무작정 따라만 가서는 내가 원하는 성공을 만날 수 없다는 말인 것 같아요. 나의 에너지를 다해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밟고 깎아내리고 올라서는 것이 아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세팅하고 고치 안에서 나비로 변화하겠습니다.

'다 알지만 귀찮아' 했던 이전의 독서방식을 깨고 독서고치를 만들겠습니다.


이 책의 분량은 150페이지입니다. 그중에서 꽃은 끝부분에 딱 두 번 등장합니다.

그런데  제목은 왜 <호랑애벌레의 꿈> 이라던가 <나는 나비> 등이 아니고 <꽃들에게 희망을> 일까요?

꽃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꽃가루를 옮겨주는 나비의 존재가 꽃들을 이롭게 합니다.

꽃은 뭘까요? 꽃은 세상입니다. 자기의 고치를 찢고 나와 애벌레기둥을 열심히 오르는 애벌레에게 나비가 안내합니다. 애벌레마다 내부에 나비가 한 마리씩 들어있다고, 이렇게 나비로 성장하면 누군가를 밟지 않고도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고, 그게 삶의 이유라고...

<꽃들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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