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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스 Jul 19. 2024

잘 가~! 에디슨EV (스마트솔루션즈)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자본주의 제작팀 정지은.고희정(가나)

주식을 '투자'하신 분이 계신가요? 아니면 '소비'하신 분은요? 저는 주식을 소비했습니다. 시간도, 마음도 소비했습니다. 공부도 없이 감만 믿고 일명 개미떼처럼 달려드는 종목에 목돈을 넣은 건데요. 바로 '에디슨EV'  였습니다. 말이 좋아 투자였지, 빨리 돈을 벌고 싶은 조급함에 뇌동매매를 했습니다.

언제부터요? 2021년 10월부터요. 약 2년 반 전이네요.


 한 때 전기차, 전기버스 관련 회사인 에디슨 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기사가 떴기 때문인데요.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듣지도 보지도 못해 본 회사가 어떻게 기아차를 인수하냐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한동안 계속 주가가 쭉쭉 오르고, 하루에도 여러 번 등락을 반복하더라고요. 전날 오후에 샀으면 다음날 오전에 떼돈을 벌었겠네, 하며 계산이라는 것을 하게 된 겁니다. 뒤늦게 심장이 뜨거워지는 거예요!


2주를 사봅니다. 35,800원이요.  약간 더 떨어집니다. 어차피 용돈으로 조금만 사보는 것이라서 잃어도 큰 타격이 없는 금액입니다. 34,300원에 2주를 사 봅니다. 평균단가가 낮아졌네요. 다음날 보니 31,850원으로 더 떨어졌어요. 과감하게 4주를 추가 매수 합니다. 2주에서 시작해서 일명 '물타기'를 하고 나니 8주가 되었고 셋째 날에 다시 올라 33,800원에 8주를 매도했습니다. 어머나! 카페라테 한잔을 벌었네요~


변동성이 큰 인기종목을 매매하니 손에 든 휴대폰에서 돈이 창출되는 것 같았어요. 조금 떨어져도 마음이 담대해졌습니다.  어차피 일주일 안에는 오르거든요! 몇 번 짤짤이를 하고 용돈 벌이를 하니 선무당이 잘 맞추듯 감좀 있다고 착각을 했고, 결이 비슷한 그날의 인기테마주를 들락거리게 되었네요. 좀 더 많은 쌈짓돈이 들어가며 또 어떻게든 물타기로 심장이 쫄깃한 매도차익을 벌었지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마음고생'이라는 대가를 치르는구나!

저는 가로등 속으로 들어가는 날파리처럼 불빛만 보고 뛰어들었고 위험신호를 기회로 착각했습니다.

그 종목을 사기로 '결정'하고부터는 잘 안되었을 경우보다 투자 좀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집니다. 한국 주식장이 재무제표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냐 싶었던 거지요.  "조금만 들어가 볼까?"로 시작한 주식이었는데 제가 점점 큰돈을 투입하고부터 더 큰 롤러코스터 급하강을 시작합니다.  

'음 떨어졌군. 이렇게 떨어지면 오래 가지고 가긴 어렵겠어. 오늘 얼른 물타기를 해서 평균단가를 끌어올리자! 내일이든 모레든 팔아버려야지.'

부지에서 오는 비이성적인 용감을 발휘합니다.


다음날 더 급락했겠지요?

네. 공포의 지옥불맛이 시작되었습니다.

'멘탈 꽉 잡자. 2008년도 세계금융위기 때 공포에 펀드 팔아봐서 알잖아.  존버하는 거야. 존버하면 1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그때 팔면 손실 아니야.'

카페라테 정도의 수익이 보이면 얼른 팔아버렸는데 토트백만 한 손실이 보이니까 절대로 매도버튼을 누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버티면 언젠가 파는 그날은 수익이라는 환상으로 현실을 외면했습니다.

사설이 길었는데요~ 어차피 사설 쓰려고 한 겁니다.

2022.03.30 정지, 2년 반 뒤
이번에 결정된 상장폐지.




자본주의

10년 전 2013년출간된 <자본주의> 책이 이번 독서모임 선정도서가 되어서 다시 읽게 되었어요.

투자자가 아니라 금융소비자다.    <자본주의> p. 182

* 법무법인 한누리 전영준 변호사의 이야기다.
"지금은 일반인들이 가까운 금융기관 지점에서 언제든지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됐고, 이런 분들은 그대로 투자자 개념으로 두면 보호 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보호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주식은 예금자보호가 안되는 걸 알고 시작했지만 저는 그동안 금융을 소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새롭게 가슴을 치게 되었어요. 공부 안 하면 눈뜨고 코베이는 세상이 되었어요. 투자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은행이 '대출'이라는 명목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돈을 끊임없이 창조하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진짜 가마니 되고 벼락 거지 된다고 부추겨지기도 합니다. 100% 돌려받는 '근저당 없는' 전세를 살면서 내집 마련을 못하는 사이에 자산 가격은 껑충 뛰어 올라버렸습니다. 더 이상 중소기업 근로소득으로는 살수 없는 서울 집값도 경험해 보았고요.


무지한 소액 주주들이 물타기를 하면서 대주주가 되어가는 동안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말은 말장난이 되고(원래 말장난이었어요.) 기세가 엉뚱하게 흘러가더니 이제는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 속옷회사인 쌍방울부터 인수하겠다, 결제대행사로 대표되는 KG에서 인수하겠다, 우리의 쌍용차는 아주 굴욕의 동네북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이성 잃은 내 탓이오. 공부 안 하고 욕망으로 달려든 제 탓이었습니다.

얼른 저 마이너스 숫자를 눈앞에서 없애버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묶여버렸어요. 2년 반 가량 정지종목인 채 계좌에 남아있었지요.


계좌 하나는 남편이 사고 싶은 종목, 또 하나는 제가 사고 싶은 종목, 두 개의 카트에 담긴 계좌의 합이 936만 원 넘게 원금이 들어갔어요. 그리고 드디어 이 종목의 정리매매 기간이 2024.07.16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정리매매 7일 동안 더 떨어진 금액으로 거래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훨씬 더 매운 현실이었어요.

2024.07.16  1년 이상 거래정지 상태에서 잘 잊혀지기 위해 사명을 '스마트솔루션즈'로 변경한 "에디슨 EV"



2022.03.29 액면가 500원짜리 거래 정지된 날의 종가는 11,600원이었는데 이번 거래 재개된 장의 시작가는 154원이었습니다. 1주당 200원도 안 되는 가격을 보니 충격이 더 컸습니다. -99%대라니 그동안 무엇을 위해 그토록 두 번 외식할 것 한 번 외식하고, 옷 물려 입고 보세가방 쓰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2024년 7월 19일이네요. 오늘의 종가는 91원입니다. 100원도 안 되는 주식이 되었어요.

열심히 맞벌이 하고 잘 살아보자고 시작한 투자였는데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네요. 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할 수도 없는 합법적인 도박에서 영혼이 털리고 말았어요.


투자자 워런버핏이 '잃지 않는 투자'를 강조했었지요. 그것은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안목을 위한 치열한 공부입니다. 왜 머리로만 알고 행동으로 못했을까요. 손익계산서와 재무제표를 매월마다 만들어서 보고하는 일을 하는 회사원이 재무제표도 안 보고 투자를 했었네요. 종목토론 게시판을 봤더니 '1주당 1대씩 뺨을 때려도 되나요?' '치킨값도 안 나와서 안 팔 거다' 등의 깊은 회한이 서려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또한 공감했습니다.


상장폐지로 잃은 금융소비, 만져보지도 못하고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목돈. 이 어리석음을 가슴에 새길 것입니다. 이 땅의 수많은 개미들을 대신해서 분노합니다. 지금은 저에게 투자하고 제가 바로서면 그때 금융투자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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