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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스 Aug 03. 2024

책을 잘 '소비'하는 법

오늘도 책 잘 버렸다.

소비(消費): 사라질 (소) + 쓸 (비) = 써 없애는 일.

안녕하세요, 어제보다 한걸음 더 성장한 나예스에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는 엄청난 지위를 누리고 있어요! 소비자가 없으면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요.돈만 있으면 유형, 무형의 상품을 살 수 있어요.


의. 식. 주라고 불리는 옷/생필품, 식품, 부동산부터 여행상품, 미용, 건강, 의료 서비스, 보석이나 그림, 예술도 관람료라는 형태로 공동구매 하기도 하고요. 금융소비자로서 대출이자 투자상품 등의 금융을 소비하기도 하지요? 물론 투자일 때도 있겠지만 소비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사람의 노동력도 살 수 있죠.


 시간도 살 수 있을까요? 놀이공원에서 더 높은 금액의 티켓을 구입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패스할 수 있죠. 장거리를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저렴하고 느린 고속버스나 무궁화 기차 보다  좀더 비싸고 빠른 KTX나 SRT를 이용하는 분들이 더 많지요. 마음을 돈 주고 무조건 살 수는 없지만 호감을 표현하기 위해 소중한 돈을 지불하고 선물을 사기도 하고요.

 하지만 돈과 여유가 없는 소비는 축복이 아니라 하기 싫은 선택을 하게 되거나 불화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책은 '투자'일까요? 아니면 '소비'일까요?


책을 읽고 부가가치를 만들었다면 '투자'입니다. 이것은 주관적인 평가이겠지만 책을 읽고 실천을 해서 어떤 발전이 생겼거나 인식의 변화가 생겼거나 측정할 수는 없지만 좀 더 나은 내가 된 느낌이 든다면 책을 구매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투자가 된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읽고 남는 게 있다면 '무피투자'가 되겠네요.



그렇다면 책을 '소비' 하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요?

그것은 '남는 것'이 없는 독서이겠지요. 책을 읽고 나서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한 독서요. 그래도 소비해야 해요. 현명한 투자자와 현명한 생산자만 있고 현명한 소비자가 없다면 세상이 잘 돌아가지 않겠죠. 그렇다고 손해를 자처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기왕 책에 돈과 시간을 썼다면 잘 써야겠지요.




1. 목적 없이 책 읽기 

 책을 집어 들었다는 것은 어떤 '관심'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무언가를 마스터하기 위한 목적이나 경제적 풍요를 목적으로 하는 독서가 아니라도 됩니다. 당장 오늘 저녁에 할 요리법을 찾거나 우울함을 달래 줄 재미를 위한 책 읽기도 목적입니다. 그러다가 저녁에 그 책에 나온 요리를 했거나, 책이 예상대로 재미있었다면 목적에 맞는 독서를 한 것이 맞아요.


  그런데 자기 관심 가는 주제의 책만 읽는다면 편협한 사고에 갇히는 독서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한 분야를 파고드는 깊이 읽는 다독도 반드시 필요해요. 사람은 지루한 걸 싫어해서 웬만해서는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기 어렵거든요. 또 다른 책을 집어 들며 '이 책은 좀 다른 얘길 하는지 볼까?' 하고 읽지만 공통된 이치들이 있기 마련이죠. 작가가 책을 쓰려면 반드시 많은 책을 읽게 되고 거기서 나오는 진리가 있으니까요.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을 통해 비슷한 내용을 또 읽는 거예요. 그러면 그것도 '반복 독서'가 되는 것이고 반복은 장기기억을 낳으니까요.


  저는 집 근처에 A 마트가 있고 B마트가 있으면 좀 더 쇼핑동선이 좋은 곳에 발길이 가더라고요. 장 보는 시간이 길면 카트를 끌고 돌다 돌다 계산대에 가기 전에 이미 지쳐버리잖아요. 다들 그러시지 않나요?

그런데 어느 날 늘 가던 그 마트가 진열 위치를 바꾸면 짜증이 몰려오더라고요.

'같은 자리에만 앉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없는 것은 난 모르겠고~ 그 새로운 물건을 사고 싶지 않다고!'

익숙한 패턴이 빠른 실행을 하게 해 주니까요. 여유가 없어서 그래요. 돈도, 시간도. 너무 바쁘죠.


심지어 도서관에서 내가 읽고 싶은 그 책 고르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저 도서관에서 이 도서관으로 상호대차 신청(도서관끼리의 책배달)을 하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가끔은 목적 없이 도서관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산책을 하듯 책장을 둘러보는 것도 필요하더라고요. 새로운 풍경을 찾는 거죠.  새로운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늘 가는 그 길에서는 죽어도 모르겠던 문제의 해답을 찾기도 하고 무인도인줄 알았는데 보물을 찾기도 했거든요.


 온라인 서점에서는 절대 눈에 띄지 않을 ('예스24' 판매지수가 "0"인) 책이었단 말이죠? 한 번도 펼쳐본 흔적 없는 책인데 갑자기 도서관 책장에 얌전히 꽂혀서 저에게 눈빛을 보내오는 책을 읽어보고는 감명받기도 하고요. <나무의 주인>이라는 수필이었어요.

 또 다른 날에는 평소에 관심 있는 자기 계발 분야가 아닌데 가다가 눈에 띄어서뽑아든 잡초 도감 같은 책이었어요. 일상에서 너무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하는 풀들의 이름을 알게 되는 소소한 재미, 아이가 읽을 책을 살펴보다가 의외로 재미있는 책, 신기한 책을 발견하기도 했으니까요.


아! 그 여유는 도서관이어서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서점에서는 책을 살 마음으로 가니까 목적에 맞는 책 코너로 바로 이동하게 되는데 도서관은 공짜니까 주머니와 마음에 여유가 있는 거예요.



2. 책표지와 제목에 끌려서 책 읽기.

 책의 표지가 너무 예뻐서 혹은 제목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서 책을 사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목은 책의 본질이자 키워드이기도 하지만 마케팅이기도 해요. 개성 있고 위트 있고 신비스럽거나 설득하는 듯한 제목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하루에도 수 없이 쏟아지는 책들 사이에 소비자가 혹 해서 낚여야 목차라도 훑어보고 관심이 생기면 구매를 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잘 팔리는 책의 제목만 보고 샀다가 기대했던 내용이 아닐 때가 종종 있었어요. 어떤 호기심이나 욕구를 건드는 제목이라던가 문제를 해소하는(이상향) 이미지를 그리는 제목들인데 차례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제목들을 보고 읽었는데 해소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어요. 좋은 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당시의 자신에게는 별다른 결과나 효과를 주지 못한 책일 수도 있지요.

책의 내용이 안 좋았다는 말이 아니에요. 오해 마시길요!

그런데 내용은 몰라도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을 책장에 꽂아두기도 합니다. 아직 못 읽은 책이라도요.

제목이 표어가 되어 목표나 소망을 상기시켜 주거든요.

제 책장에 소망을 담아 꽂혀있는 듣고 싶은 말 즉,'보기 좋은 책 제목' 은 이런 것들이 있어요.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 : 저희 집은 지금 서울이 아니에요. 오를 곳이길 바라지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 공부를 쉽게 하고 싶어요.

<엄마 공부가 끝나면 아이공부는 시작된다> : 아이보다 제 공부를 먼저 끝내고 싶어요.

<나는 돈이 없어도 경매를 한다> : 돈이 없어도 경매로 돈을 벌고 싶어요. 아직 시작도 못했지만요.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 : 유명해지기 전에도 글쓰기로 먹고살고 싶어요.

<현명한 부모는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 아이를 느리게 키우고 있지만 현명한 부모이고 싶어요.

이런 책 제목들이 보이면 메모해서 붙여 놓는 것보다 공신력도 있고 응원받는 느낌이 들거든요.


3. 완독을 위한 책 읽기 

 이것은 하루종일 바빠 죽는 줄 알았는데 저녁이 되었을 때 '오늘 엄청 바빴다. 고로 나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라고 위안하는 것과 같아요. 물론 저도 완독을 해야 개운함을 느끼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에요. 독서노트를 쓸 때 맨 앞장에 이 노트는 어떤 책을 읽고 끼적였는지 도서명과 저자명, 읽은 기간 등을 순번으로 매기며 'V표시'를 하는 재미는 독서습관에 엄청난 활력을 주더라고요. 책을 반 정도 읽었는데 흥미가 떨어지고 다른 책이 더 관심이 간다면 아깝잖아요! 반만 더 읽으면 다 읽은 권수에 들어가는 'V표시' 할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빠르게 뒤를 설렁설렁 읽어요. 읽은 권수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 '1천 권 읽었다', '1만 권 읽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읽은 책을 세지 않고 한 말일까요?

양이 늘어야 질이 따라오죠.  꼭 처음부터 끝까지 글자를 다 읽지 않아도 읽은 권수로 셀 수야 있겠지만 왠지 뒤에 발견하지 못한 참된 진리를 발견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다 읽은 것만 읽은 권수로 쳐요.


 부끄럽지만 독서를 시작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어요. 2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했지요. 임신 했을때 물려받은 임신/출산관련 책조차 넘겨보지 않았을 정도에요.


책을 읽은 지 6년 정도밖에 안 되어서 아직 300권도 못 읽었어요. 올해는 7월까지 46권 읽었어요. 일하고 살림 하면서 평년보다 많이 읽은 편이에요. 집안 정리는 잘 못했지만요 ~

 이 읽은 권수가 많을수록 독서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단단하게 해 주는 것 같아요.

뿌듯한 정체성은 좋은 습관을 만들어요.  그래서 저는 도저히 못 읽겠다 싶은 책 말고는 완독을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4. 광고나 추천에 의한 이끌려 책 읽기.

 책도 지식 혹은 지혜를 담은 상품이라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페이지마다 뜨는 팝업을 클릭하고 솔깃하거든요? 장바구니에 일단 죠. 그 순간 '이 책을 구매한 고객이 함께 구매한 책'을 추천해 주면 또 그것도 담는 식입니다.

그 책을 구매한 고객도 그 추천상품 AI 광고를 보고 구매를 할 확률이 높지요.

유명인의 추천사를 보고 구매하거나 유명 인플루언서가 강추하는 책도 가끔은 나와 전혀 맞지 않는 책일 수 있어요. 그렇게 구매한 책이 의외로 큰 이득으로 돌아올 때도 있지만 실망스러울 때도 있어요. 사람마다 감상이 너무 다르거든요. 그래도 그렇게 구매 해보면 구매에 대한 통찰력도 생기는 거지요. 


5. 듣는 독서 '오디오북'

 저는 2년 이상 자전거를 타고 35분 걸려서 출근하는 직장인이에요. 지금도 외출할 땐 가방에 책을 넣어 다니는 편이에요. 왠지 뜻하지 않게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책을 읽고 싶어서요. 하지만 일상에서 대부분 그런 시간은 오지 않더라고요. 쫓기듯 밟아서 회사를 가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아이가 집에 올 시간이 다가오면 또 신나게 밟아서 기진맥진 집에 오지요. 하루 중 유일한 운동인데 한여름이지만 할 수 없죠~


이때 무선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고 오디오북을 듣거나 강의를 들을 때가 많아요. 그러면 출퇴근 시간이 의미 있고 성장하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물론 흘려듣게 될 때도 많아요. 하지만 반복해서 듣기 때문에 책을 다시 보는 것보다 지루하지 않고 들리는 걸 들으니 힘도 들지 않더라고요. 가끔 그마저도 질리면 안 듣고 갈 때도 있어요. 이때는 그저 잡념에 빠져드는 재미도 있어요. 그날그날의 선택인 거지요.  중요한 것은 길에서 버려지는 시간이 되지 않게 책을 들을지 말 지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에요.


소비만 하는 책 읽기는 생산자인 작가와 출판사, 서점을 위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염원을 빌어주는 구매를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은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입니다.


정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는 독서일까요? 눈으로 글씨만 읽고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를 못 하는 난독증이 아니라면 한 줄이라도, 한 장면이라도 남는 것이 있을 겁니다. 그런 파편 하나하나가 지금은 손톱과 머리카락 자라듯 눈에 보이지 않지만 쌓이면 뇌에서 융합되고 도움 되는 날이 올 거예요~!

오늘도 현명한 독서 소비자가 되시길 바라요. 잘 버려봐야 좋은 것을 손에 쥘 수 있으니까요.

잘 소비도 하고 잘 판매도 하는 날을 기대해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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