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관성일지라도, 조금 더 튼튼한 나를 위하여
꽃을 오래 보는 방법의 포인트는 꽃에게 신선한 물을 계속 공급해 주는 것이다.
물이 잘 공급되도록 꽃의 줄기를 사선으로 자르고,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물을 신선한 물로 갈아준다.
물때가 낀 화병을 씻어주는 것은 덤이다. 화병에 묻어있는 박테리아들을 털어내 줌으로써 줄기가 썩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잘 나오지 않는 비법이 있다.
그것은 꽃의 줄기를 사선 방향으로 자를 때, 이전에 잘랐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잘라주는 것이다.
반대 방향으로 자르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꽃이 더 오래간다.
아무래도 줄기를 사선으로 자르다 보면, 한쪽면이 흡수를 더 많이 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반대쪽이 쉬고 있다가, 반대쪽으로 잘라주면 쉬면서 비축했던 힘을 내서 흡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꽃의 줄기도 이렇게 관성을 깨고 반대로 잘라주면 더욱 오래가는데, 하물며 사람이 관성을 깨부수어 나간다면 얼마나 입체적이고 튼튼해질까
물 흐르듯 별일 없는 삶을 즐기는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나의 틀을 깨고 나가고 싶어졌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늦게 바람이 들어 회사도 그만둘뻔하고 유학도 다녀왔다.
가기 전엔 이 일상을 깨는 게 너무 무섭고 바꾸기 싫은 마음도 가득했는데, 막상 가보니 별거 아니었고 오히려 너무 좋았다.
그 뒤로 조금씩 관성을 깨 보려고 해보고 있다.
작년에는 내가 평생 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던 러닝을 했고, 올해는 '등산은 왜 하는 걸까?'라는 노래를 엄청 좋아하는 (등산을 극혐 하던) 내가 등산에 도전한다.
뭐 별로 큰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일도 아니다.
꽃도 줄기만 반대로 잘라줘도 훨씬 오래가는데 뭐,
나도 조금씩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해나가면서 조금 더 입체적이고 튼튼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