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지지 않아도, 우리는 살아간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살아온 시간

by 명희

나는 일찍 알게 되었다.

세상은 늘 다정하지 않다는 걸.

어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스스로를 지키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도.


울 수 없는 순간이 반복되면

사람은 점점 단단해진다.

하지만 그 단단함 안에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여린 마음 하나가 남아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아마 그런 사람일 것이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루를 보내지만

혼자가 되는 순간,

숨이 조금 가빠지는 사람.


사람들은 말한다.

"다 지나갈 거야."

하지만 어떤 시간은

지나간다기보다

몸 안에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괜찮아지기보다

그저 살아낸다.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미뤄두며.


나 역시 그랬다.

이해받지 못한 마음은

작은 말에도 쉽게 흔들리고

사소한 실수 앞에서

스스로를 가장 먼저 의심하게 만든다.


'역시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

그 질문을 너무 오래 붙잡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많은 걸 말해주고 있다는 걸.


지금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속도가 느려도,

잠시 멈춰 서 있어도 괜찮다.

당신은 이미

상처를 안고도

오늘에 도착한 사람이니까.


혹시 오늘도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삶이

조금 더 치열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믿는다.

한 번이라도 깊이 아파본 사람은

언젠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걸.

조언하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그저 곁에 머무를 수 있는 사람으로.


지금은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일 수 있다.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하루처럼 느껴져도

오늘을 살아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넘어져도 괜찮다.

다시 웃을 수 있으니까.

그 웃음은

아무 상처 없이 웃는 얼굴보다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깊게 피어날 테니까.


오늘도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