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간 강아지
그 무렵, 엄마는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 가게가 망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중학교 앞 골목집으로 이사를 하고부터 말이다.
그 집은 모든 것이 불편하고 이상했다. 여름철 비라도 오는 날이면 집 앞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설치되어 있던 수도 펌프가 빗물에 잠겨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겨울에는 말할 것도 없이 꽁꽁 얼어서 틈만 나면 드라이기를 들고나가서 수도관을 녹여야 했다.
그 집에서 보낸 시간은 나에게 '가난이 이런 거구나'를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 그 당시 엄마는 아마도 나보다 더한 괴로움과 서러움을 느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초저녁, 생전 처음 보는 엄마의 술주정이 시작되었다. 울다가 웃었다가 그렇게 한참 신세한탄을 하더니 버럭 나와 동생들에게 소리쳤다.
"다 필요 없어... 너네 다 필요 없어!"
그날 분명히 엄마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기억하는 말이라고는 이게 전부다.
대문도 없던 그 집의 현관문은 충격을 받으면 쉽게 깨져버리는 싸구려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별의별 잡상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불쑥 그 유리문을 요란하게 두드리곤 했다.
"쾅쾅쾅, 저기요. 문 좀 열어 보세요."
예의도 없는 잡상인들은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냅다 문부터 열어달랜다.
그도 그럴 것이 문만 열면 바로 비좁은 부엌을 사이로 왼쪽은 화장실, 오른쪽은 방이었으니 사람이 안에서 움직이는 실루엣을 밖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학습지, 우유, 접시 그 외 모든 잡화 심지어 개장수까지 와서 거지 같은 집구석을 보고도 신나게 물건을 팔아댔다.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보니 강이지 2마리가 집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얘네 우리 집 개야? 우리가 키울 거야? 어?
"그래, 우리가 키울 거야."
"어디서 났어? 누가 줬어?"
"누가 개를 그냥 줘. 돈 주고 샀지!"
"와 신난다. 개집 만들어 줘야지."
신경질스러운 엄마의 대답에도 나는 강아지가 생겨서 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살아있는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와 동생들은 밥과 물 그리고 사랑을 주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고, 엄마는 무관심하고 무책임했다. 며칠 못 가서 강아지 한 마리가 죽었고, 나와 동생들은 힘없이 누워있는 동물 앞에서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 후, 우리는 남은 강아지에게 '진이'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개가 될 때까지 몇 년을 함께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진이가 없어졌고, 엄마는 진이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황당하고, 슬프고, 혼란스러웠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진이가 잊힐 무렵,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막 나서려는 나를 향해서 진이가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왔다. 나는 잃어버린 진이를 찾아서 너무 기쁨과 동시에 제 발로 집을 찾아온 녀석이 참 기특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얼싸안고 좋아하던 내게 할머니 한 분이 숨을 헐떡이며 다가와 말했다.
"아휴, 힘들어. 이놈의 개시끼! 도망가면 어떡해?"
"할머니 얘는 우리 집 갠데요."
"무슨 소리야. 너네 엄마한테 못 들었어?"
"뭘요?"
"너네 엄마가 나한테 팔았어."
"예?"
"내가 돈 주고 샀다고! 나참."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당황한 나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목줄에 묶여서 질질 끌려가는 진이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원참,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지 그랬어. 적어도 부끄러운 짓을 했으면 비난받을 용기라도 있었어야지... 고작 돈 몇 푼에 가족 같았던 진이를 팔아버리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나? 한심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