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미움이 틔운 횡재

by 시골쥐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는 나의 20대 마인드는 ‘내가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자’였다.

무례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사회적 가면으로 인한 감정의 오해 없이, 휴전선으로 분단된 남과 북처럼 서로를 침범하지 말자는 뜻이었다. 이런 까닭으로 싫어한다는 마음을 그 사람에게 대놓고 말했다. 대신 뒷담화는 일절 하지 않았다.


40대를 시작하는 지금은 정반대로 산다. 가능하다면 내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그가 평생 모르게 하고 싶다. 마음을 속이는 취미가 생긴 건 아니다. 불필요한 곳에까지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졌을 뿐이다.

미움을 표현해 보니 나 또한 표현한 만큼을 감당해야 했다. 미움은 반작용이 확실해서, 반드시 가한 힘만큼의 반동을 받게 된다. 또 대치 상황으로 인한 긴장감이 대기전력처럼 마음의 에너지를 소모 시켰다. 안 그래도 피곤한 일 많은 일상에 그런 것까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미움을 숨기기로 했다.


어느 날 한 선배가 물었다.

“B랑 잘 지는 거 보니 성격 좋은 거 같아.”

“제가요?”

“B가 늦게 입사해서 나이 많다고 나이 어린 선배들한테 은근히 말 놓는다며, 특히 여자 선배한테 더 막 한다던데? 그래서 사람들이 싫어하더라, 예의 없다고.

근데 과장님은 기분 나쁜 기색 없이 대화 잘하네. 성격이 좋은가 봐. 매너가 좋은 건가?”


오해다. 나도 싫어한다. 싸가지 없는 놈.

그저 오래 말 섞기 싫어서 필요한 말만 했고, 어차피 알아먹지 못할 사람과 힘겨루기하고 싶지 않아서 존칭을 써 주었다. 그런 식의 사회적 대화가 오가니 무난히 마무리되었을 뿐이다. 그를 존중하거나 내가 정중해서가 아니었다.

인간미를 거두고 딱딱하게 대했을 뿐인데 뜻밖의 칭찬을 얻었다.

횡재다. 미움을 숨겨 얻은 작은 횡재.


관계에 지친 어른을 위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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