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오래된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어른 서넛이 팔을 활짝 벌린 품으로 안아야 겨우 닿을 만큼 굵고 커다란 나무다.
몇 살이나 됐을까 싶어 마을 어르신들께 여쭤봐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가장 연세 많은 할머니가 어렸을 적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니, 족히 백 살은 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나무, 나이답지 않게 점잖질 못하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온 가지와 이파리가 바들거린다. 무겁다 싶을 정도로 바람이 불 때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꿀렁거리며 경박스러운 웨이브를 타기도 한다.
지금도 이런데 작은 나무일 때는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기둥까지 휘청거리며 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몇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도 흔들리며 자라왔다. 잔바람에 바들거리고, 센바람에 휘청이며 호들갑스럽게 컸다. 그리고 여전히 흔들린다. 잔바람에도, 센바람에도.
나무가 대단한 것은 흔들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수없는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버텨낸 세월만큼 단단한 기둥과 깊은 뿌리를 갖추며.
매번 나를 자책하게 만드는 ‘나는 왜 아직도 사소한 일에 불안해지는가?’라는 난제도 알고 보면 쓸데없는 걱정이다. 중요한 건, 와중에도 내가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다.
작은 일들에 흔들리면 좀 어떤가. 백 년을 산 나무도 쉴 새 없이 흔들리는데.
불안도 단단해지는 과정일 뿐이다.
많이 흔들려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