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잊히지 않아도 이별이라 부른다

by 시골쥐

20대 시절 술자리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사랑이었다. 돌이켜보면 별것 아닌 얘기가 그때는 왜 그리 절절하게 느껴졌는지. 서로의 첫사랑이나 짝사랑, 시련 스토리에 흠뻑 빠져 밤을 새우곤 했다.

어쩌다가 누군가 이별한 날에는 덜어줄 수 없는 아픔을 나누려 동이 틀 때까지 위로주를 나눴다.


한 번은 ‘그 사람을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하는 때는 언제인가?’를 논제로 시끌벅적해졌다. 저마다 자기 연애사를 바탕으로 열변을 토해냈는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라 하나같이 설득력 있었다. 역시 직접 겪는 것만큼 훌륭한 공부가 없다.


“그 사람에 관한 일이 무의미해질 때.”

오늘따라 유독 말수 적게 앉아 있던 녀석이 말했다. 주로 이별을 당하는 편이라더니 대답이 심오했다. ‘더 잘생기고 예쁜 사람 만났을 때’ 같은 수준을 말했던 우리와는 깊이가 달랐다.

그 후로 지금까지 여러 이별을 겪는 동안 그보다 적합한 시점을 찾지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더 명확한 기준점은 찾지 못할 것 같다.


무의미란, 감정 없이 기억만 남았다는 뜻이고, 미련은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아무 상관 없어졌다는 뜻이며, 그건 곧 내 미래에 그 사람을 포함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소식과 미래의 가능성에 모두 무감각해지는 것. 그것이 무의미란 세글자에 함축된 차가운 의미다.


그때가 오면 의심 없이 이별했다 말할 수 있다.

잊히지 않아도 이별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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