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의 대화를 끝내고 싶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회사가 피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뺏기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상사의 기분을 맞추는 일 같은 것이다. 그중 제일을 뽑자면 역시 소모적인 신경전에 휩쓸리는 일이다. 사내정치 혹은 개인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대립구도, 그들의 괜한 자존심 싸움 때문에 번거로워지는 경우가 많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아무 곳에도 속해있지 않다. 누구의 편도 아니다. 십 수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체득한 방법이다. 같은 편이라 할 수 있는 무리가 없다. 끌어주는 줄이 없으니 승진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쓸데없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중립을 택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헐뜯는 이야기에 끼고 싶지 않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서로의 단점을 들춰내는(가끔 만들어 내기도 하는) 이야기, 같은 회사에 다니는 같은 편끼리 깎아내리는 이야기에 내 소중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다. 워커홀릭은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싶다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탕비실에서 혹은 흡연장에서 은밀한 험담을 듣게 된다. 아무리 피해 다녀도 그런 호사가들은 꼭 만나게 된다. 잘 대응해야 한다. 예의를 차리기 위해 어설프게 공감하는 척했다가는 같은 편으로 소문이 나고, 매정하게 굴면 다른 편으로 낙인찍힌다. 공들여 지키도 있던 중립의 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순간이다.
"그 사람이 그랬대자나 글쎄. 애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흥미 없는 눈으로
아무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무미건조 어투로 이렇게 말한다.
나의 진짜 마음은 묵음처리 한 채,
하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당신과의 대화를 끝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