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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쥐 Jan 12. 2024

옷을 벗어야 할 때

당신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

회사는 '옷'과 같다.

가능하면 이름이 알려지거나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것을 입고 싶다. 혹은 모양이 조금 성에 차지 않아도 오랫동안 안심하고 입을 수 있는 튼튼한 것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입지 않고 있을 땐 남들에게 내보이기 부끄럽고, 입은 사람의 만족감 만큼 보는 사람의 시선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회사는 옷이다.


퇴사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자(물론 당장은 아니지만), 친한 후배가 물었다.

"언제 퇴사를 결심하게 되나요?"

신선한 질문이었다. 보통 '이제 뭐 먹고살려고?, 왜 그만두는데?, 일 때문이야? 사람 때문이야?, 로또 맞았어?' 같은 질문을 받게 되는데, 이 친구는 특이하게 시기를 물었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와 같은 준비를 하고 있던 게 아닐까.

준비된 답이 없어 그때는 대답을 못했다가, 후에 따로 대답해 주었다. 아끼는 아이라서, 혼란스러웠던 나의 20대가 생각나서,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회사는 옷과 같은 거야. 그러니까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순간은 옷을 벗고 싶게 되는 순간과 비슷할 거야.

예를 들어 아무리 노력해도 내게 너무 맞지 않는 옷이거나 또는 더 좋은 옷이 나타났을 때일 수도 있지. 네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옷이 작게 느껴질 때 일수도 있을 거야. 최악의 경우는 옷이 곧 망가질 기미가 보인다거나, 입고 싶지 않을 만큼 더럽게 느껴질 때겠지. 나는 첫 번째 경우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소주를 기울였다.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된 날이었다.


얼마 후 메시지를 받았다.

"형! 더 좋은 옷이 나타나서 갈아입으러 떠납니다! ㅋㅋㅋㅋ"


...

...

부러운 자식. 괜한 걸 얘기해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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