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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쥐 Jul 07. 2023

해와 달 중 어느 것이 더 무거울까?

마음에 온기를 더하는 시골쥐의 #텍스트테라피

지난밤, 올해 첫 슈퍼문이 떴다.

어느 날보다 밝고 선명한 달빛 때문에 굳이 뉴스를 찾아보지 않아도 오늘이 슈퍼문이라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아이와 거실 창에 딱 붙어 앉아 달을 구경하고 있는데, 아내가 물었다.

"해와 달 중에 어느 것이 더 무거울까?"


".............."

MBTI가 이성의 T형인 나는 해와 달의 질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유부남 7년 차의 빅데이터가 그 말을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잠시 답변을 보류했다가 대답을 했다.

"달이 더 무겁지 않을까? 사람들이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잖아. 간절함이 담긴 소망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으니까. 달은 본래의 자기 무게에다 사람들이 보내온 소원의 무게까지 더하고 있으니 얼마나 무겁겠어."

아내의 표정을 보니 내가 좋은 대답을 한 모양이다. 물리학적인 정답은 아니지만, 슈퍼문을 보며 아내가 빠져있는 감성에 적합한 대답을 한 것 같다.


가만 생각해 보니 달이 좀 벅차기도 하겠다.

생면부지의 사람들로부터 전달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원.

대부분은 건강, 행복, 부(富)와 같이 선언적인 내용이겠으나, 어떤 것은 아주 구체적이고 절실한 것들이기에, 구구절절 무거운 사연들을 담고 사느라 달이 참 애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보름을 주기로 달의 모양이 변하나 보다.

사람들의 소원을 가득 담아낼 때는 만월로 차오르다가, 너무 벅차 비워냈을 때는 손톱달로 작아지기도 하고, 때때로 번아웃되어 보이콧하고 싶을 때는 그믐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달의 동쪽 자작나무 아래에 산다는 토끼도 절구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사람들의 소원을 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달이 진짜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간절함이 담긴 이야기를 들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것은 분명하기에,

나도 지난밤, 내 소원으로 달에게 무게를 더했다.


앞으로 남은 삶의 하루하루가 어떤 날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좋은 날이었다." 추억되게 해달라고.

나도. 그리고 당신도.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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