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고 흥행작《범죄도시3》의 이준혁 배우가〈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극 중 배역과는 반대로 순수하고 맑은 성품을 갖은것 같은 그의 인터뷰를 보며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의외의 순간에 눈물을 보였다. '행복하다'라는 말을 해보라는 유재석 씨의 권유에 감정이 복받쳐 눈시울이 붉어졌다.
'행복하다'라는 말을 하면 불행해진다는 징크스가 있어서 항상 마음 편히 행복하지 못했다는 그는, 끝내 '행복'이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나 또한 비슷한 이유로 '행복'이란 말을 함부로 담지 않기에 방송을 보며 눈물이 났다. 나와 너무나도 다를 것 같은 사람에게서 나와 같은 마음을 보게 되니 안쓰러움이 더 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에 익숙해진 사람은 편안한 상태를 오히려 더 불안해한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불편한 점을 찾아내거나, 불안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무탈하고 평온한 것도 불안한데, 심지어 행복한 상태라니... 그럴 땐 이 행복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만끽하기가 더욱 조심스럽다.
그래서 섣불리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나의 경솔한 언행 때문에 행복이 내게 오 착륙한 것을 깨닫고 날아가 버릴까 봐, 잠시라도 더 잡아두고 싶은 마음에 보고도 못 본 척, 좋아도 아닌 척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행복추구권이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시민사회를 이루는 제도의 근간이 된다. 살아가면서 사회에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 권리를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법리를 따져봐야 알겠지만, 행복하고 싶다는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 누구나 가능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좀 행복해져도 된다. 그리고 행복할 땐 행복하다고 말해도 된다. 나도 잘 못하고 있는 일이라 글로 적는 모양이 조금 우습지만, 당신과 나를 포함한 이 세상 모두는 행복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부모와 가족, 친구는 물론이고 국가와 사회도 당신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이제, 당신만 당신의 행복을 바라면 된다.
행복은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간직하는 것이다. 지금 곁에 있는 행복을 붙잡기 위해 애쓸 것이 아니라, 이 달콤한 행복을 동력으로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다. 행복은 어떤 이유로든 반드시 끝난다. 시간이 그렇게 만들 수도 있고, 불운이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당신의 탓이 아니며, 인생의 유일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행이 삶의 시작과 끝을 잇는 실선이라면, 행복은 그 위를 덮고 있는 작은 점선들이다. 불행만 찾고 살면 어느 한 곳 불행하지 않은 때가 없고, 행복을 찾고 살면 불행을 발밑에 두고도 평생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작고 잦은 행복으로 불행을 덮어가며 사는 것이다.
'행복하다'라는 말을 금기시하며 행복을 곁에 두고도 외면하고 사는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 당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은 우연의 연출이 아니라, 그동안 당신이 해왔던 노력에 아주 작은 행운이 더해져 만들어진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것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이용기한이 만료되어 이 행복이 끝난다고 해도, 반드시 또 다른 행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의 삶에 배정된 행복의 총량을 스스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인생의 기본 값은 불행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한 것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당신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불행과 관련한 일에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