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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hyunsee Mar 06. 2020

어떤 세상을 보고 살아가고 있나요? BAN NA LOM

65일 동남아 배낭여행의 기록 (8)

당신은 어떤 세상을 보고 살아가고 있나요? - 태국 BAN NA LOM

당신은 어떤 세상을 보고 살아가고 있나요? - 태국 BAN NA LOM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나왔다. 나는 카오락으로 그리고 그는 푸켓으로 가기로 했다. 많은 곳 중에서 나는 내가 왜 카오락을 가기로 했는지, 그것이 나의 선택이었는지, 혹은 그의 권유였는지, 의도된 조정이었는지 모르겠다. 펫부리에서 마지막 날까지도 나는 혼돈스러웠다. 회복된 우리의 관계로 이제는 웃으며 여행할 것이라고 예상했건만 왜 우리는 잠시 떨어져야만 했었을까.


그때에도 어림짐작은 했었다. 진실을 듣는 것이 두려웠지만 나는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다고. 그의 대답은 거짓이었다. 우리가 헤어지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영국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었다. 연애 이야기와 살아온 이야기를 하다 이야기의 교집합점을 찾았다. 그리고 그 날 그가 푸켓으로 간 이유와 누구를 만났는지의 진실을 알고 말았다. 이제는 더 이상 거짓을 말했던 그를 탓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글을 쓸 용기도 그 친구가 없었다면 영원히 갖지 못했을 것이다.


진솔하게 사는 것,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은 인생의 진리




펫부리 바닷가 마을에서 우리는 태국 남부로 갈 수 있는 버스터미널이 있는 반나롬 이라는 도시로 왔다. Phra Nakhon Khiri사원이 있는 도시였다. 나이트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사원에 오르기로 하였다. 레일을 타고 오르는 길에는 꽃이 만개해 있었다. 줄곧 아시아라는 문화권에서 사람이 사는 삶과 방식이 참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계절은 우리와 달랐다. 추위를 잘 못 견뎌하는 그리고 꽃과 초록을 좋아하는 나에게 1월의 태국의 중부지방은 안성맞춤이었다.


한국의 천안 같은 도시였다. 작지만 이동자들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인터체인지 같은 곳이었다. 터미널 근처 시장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한동안 인적이 드문 시골에 있어서 인지 사람들의 복작임이 반가웠다. 저녁을 먹고 배가 든든해졌다. 터미널에 가서 우리가 탈 수 있는 나이트 버스를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우리가 타고자 하는 버스가 없었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아마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터미널이 나뉘어 있는 모양이었다. 헤매는 동안 아까 밥을 먹었던 근처 시장 상인들은 하나둘 가게를 정리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주변을 헤매어도 다른 터미널 같아 보이는 곳도 없었다. 큰 도로까지 나와 헤매던 중 트럭 하나가 앞에 섰다. 아주머니께서는 우리에게 어디를 가냐고 물었다. 물론 태국말이었다. 행선지를 대답하자 아주머니는 걱정스러운 기색과 함께 대답하셨다. 곤란한 눈치였다. 그러나 우리가 불쌍했는지 이내 차에 타라고 했다. 차에서는 젓갈 냄새가 진동했다. 피시소스를 파는 아주머니였다. 넉넉지 않아 보였지만 아주머니의 얼굴에서는 너그러움이 묻어있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신세를 지며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내일이면 보지 않을 이들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 그러니까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우리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났다. 모두가 하나같이 여유롭거나 넉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 덕분에 여행 동안 나는 안녕할 수 있었다. 그 감사하는 마음 덕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행자들이 헤매고 있으면 선뜻 나도 모르게 도움을 주게 된다.


참 여행을 통해 열리는 또 다른 세계


여행 동안 받은 그들의 호의 덕분에 나는 인종의 대한 차별을 하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 지금 이 단어를 보고 머리에 즉각적으로 떠오른 인종이나 사람 귀천의 위아래를 생각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 배낭여행 전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 또한 그랬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외국인 노동자”라는 단어도 쉽게 쓰지 않는다. 이러한 편견이 사라지면 마주할 수 있는 세계는 더욱 넓어진다.


우리 사회 내에서 통용되는 국가적 이미지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들은 아주아주 단면적일 뿐이다. 여행과 예술, 그리고 책은 그런 단편적, 편협적 사고의 대한 경계를 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다준다. 내가 아는 지식의 저주에서 사로잡히지 않는 방법은 끊임없이 내가 아는 세계의 다른 면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기 전 나에게 파리는 영화 ‘아멜리에’였다.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읽고는 나는 파리의 다른 면의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파리를 여행하며 오랜 시간 동안 다인종이 모여 상생하는 삶을 보았다. 파리 유학을 오래 하고 온 친구는 파리의 진짜 삶은 마티유 카소비츠 영화 ‘증오’와 같다고 했다. 우리는 무엇을 경험하는가 그리고 어떠한 태도로 그것과 마주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어떤 면을 보고 어떤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가? 그건 당신의 몫이다. 생각보다 세상의 잣대가 만들어 놓은 편견이나 두려움 이상으로 재미난 그리고 가치로운 것들이 존재한다. 여행을 그리고 배낭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참 여행이 하고 싶다면 관광지보다는 진짜 그들의 삶을 경험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았으면 한다. 타인의 삶을 경험한다는 것은 보는 것 즉 Sightseeing만 하고 돌아옴이 아니다. 길을 헤매고 낯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대화를 하는 것으로도 지금 것 경험하지 못한 진짜의 그곳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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