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이미 노래여진 벼는 끄덕인다. 이내 봄철 새벽 모종에 맺혀있던 이슬처럼 새하얗게 수놓았던 농부의 마음은 다시 부풀어 오른다. 아직 여름인 듯 낮에는 노란 벼 머리가 좀 더 예의를 차리지만, 농부는 안다. 기지개 켜는 태양과 함께 자연의 풍요로운 향연이 펼쳐질 것을...
메뚜기는 다시 이사 준비로 바빠진다.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잠자리만큼이나 하늘색 캔버스에 풍성히 수 놓인 그림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단풍이 채 들지 않아도 새벽의 선선한 바람은 초가을 오페라의 막을 올린다. 기억이라 부르기 힘들 만큼 지금의 노란 파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나는 잘 모른다. 그래서 아직은 좀 더 초가을 풍성함에 물들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