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파편

가을의 온기

삶의파편들

by 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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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다는 촉감은 차가움과의 접촉에서 시작된다.

차가움과의 접촉이 없었다면 따스하다는 촉감도 느낄 수가 없겠지.

가을은 그런 면에서 차가움과 온기의 접촉면에 닿아있는 계절.


우리집은 아직도 기름보일러를 쓰는데 그 덕에 나는

차가움과 접촉하는 계절이 오면 후각으로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기름보일러가 돌아갈 때는 뭔가 모를 훈풍의 향이 난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역한 기름 냄새일 수도 있지만.


더불어 나에게 기름 향기는 타임머신 작동 버튼과 마찬가지다.

기름 냄새가 떠나 보내주는 가장 먼 과거는 초등학교 시절.


아재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겨울이 되면 교실 뒤편 마다 석유 난로가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

석유 난로 위에는 주로 주전자나 귤껍질들이 놓였는데

그 따듯한 물의 향과 귤껍질이 뜨겁고 바삭하게 마르는 향들이

교실의 기름 냄새 위를 떠다니기 시작하면

교실은 이불속마냥 따듯한 곳이 되었고

추위에 꼼지락대던 운동화 속 발끝도 녹아

움츠리고 있던 아이들도 더 활짝 피어났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계절도 향기도 시간도 각자의 온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이름도 그렇다.

어떤 사람의 이름이 귀에 닿을 때면 불에 데인듯 뜨겁게 느껴지고

어떤 사람의 이름이 눈에 들어올 땐 너무 차가워서 눈물이 픽 날만큼 시리다.

또 어떤 이름이 몸에 닿을 땐 남의 집 샤워기물 마냥 차가웠다 뜨거웠다 한다.


내 이름은 타인의 온도계에 몇 도로 표시되고 있을까.

더위와 추위 사이. 가을의 온도로 표시되는 이름이라면 참 좋을 것 같다.


가을이 품은 적당한 추위는 온기를 사랑하게 한다.

추위가 온기를 찾게 하듯

사랑이 나를 찾게 하는 온도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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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seeinmymin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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