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편들
대학 시절 나에게 아주 아주 잘해주던 동기가 있었다.
곰손이라 실습시간마다 @_@ 이런 눈모양으로 헤매고 있는 의류학과 낙제생에게 늘 도움을 주는.
그 아이는 늘 다정하고 친절해서 옆에 다가만 와도 겨울의 햇볕과 같은 따스함이 느껴졌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잘하지 못해서, 늘 장난 섞어
"넌 참 따듯한 사람이야. 근데 가까이 오면 더우니까 좀 떨어져 앉자."
이렇게 말하며 툭 밀어내는 장난이나 쳤다.
진심은 앞 문장에 넣고 뒤 문장은 진심의 부끄러움 가리개로 늘 이용했다.
손이 느린 나는 여느 때처럼 수업이 마친 뒤에도 남아서 계속 바느질을 하고 있었고
그 아이는 창밖의 햇볕처럼 자연스럽게 늘어지며 내 옆으로 따듯하게 다가와
조금씩 조금씩 내 과제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몰라서 헤매는 부분은 천천히 알려주고
곰손이라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은 직접 하나씩 해주며.
창가에 앉아 금색 햇볕을 등허리까지 기른 까만 머리에 잔뜩 묻히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아이가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했다.
"넌 태양이 있는 걸 어떻게 확신하니?"
나는 햇볕을 잔뜩 묻힌 그 아이를 보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햇볕이 지구까지 오니까??"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또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럼 태양이 뜨겁다는 건 어떻게 확신해?"
나는 망설임 없이
"햇볕이 따듯하잖아, 여기서 따듯하면 태양은 얼마나 뜨겁겠냐."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아이가 말하길
"햇볕의 따스함만 보고 만질 수도 없는 태양의 존재를 알아채면서 어떻게 만져지는 내 온기를 느끼고도 사랑을 알아채지 못하니."
"네가 나를 따듯하다고 느낄 정도면 나는 얼마나 뜨겁겠니."
"햇볕을 보고 태양을 믿으면서 나를 보고 왜 사랑을 믿질 못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