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편들
어느 날 양초가 나를 보고는 불이 붙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죽을 때까지 저는 활활 타겠어요!"
손으로 그 아이의 불을 푹 눌러 꺼버리고 이렇게 말했다.
"활활 타는 동안은 무슨 말을 못 하겠니."
지문 모양의 촛농을 천천히 떼어내며 생각했다.
마음이라는 것은 순간으로는 항상 진실하나
결과로는 거짓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사랑이 심지를 태우기 시작해 자신의 발끝까지 녹여버릴 때
보통 나는 사라진다. 그리고 내가 없이는 사랑도 없다.
이것은 발화점을 넘겨버린 사랑이 언제나 비극으로 끝나는 이유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성과 관계가 생기면 적당히 따듯하게 지내는데
그것은 내가 그들에게 항상 질타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 사람들은 늘 활활 타고 있어서 내 온도를 이해할 수 없었고
사랑은 서로를 태우는 거라 강요하며 내게도 불을 붙이려 달려들었다. 자신의 촛농들을 내 위로 떨어뜨리며.
그리고 한참을 그러고는 결국 떠나며 자신의 사랑이 다 소진된 건
내 미지근한 인간의 온도 탓이라며 나를 원망했다. 나는 그냥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 반복.
그렇게 나를 원망하는 눈빛이 멀어지고 멀어져 그 사람의 눈동자가 마침표보다 작아지면
그제야 나는 내 지문 묻은 혹은 내 피부조직이 묻은 혹은 내가 묻은 촛농들은 말없이 천천히 떼어낼 뿐이었다.
그렇게 활활 타던 사람들의 촛농은 막상 피부에 닿으면
소리 지를 만큼 뜨겁지도 않았으며 순식간에 식었고 떼어내 보면 나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 뒤로 혼자 남은 내가 할 일이라면
마음속에 아직 떠 있는 얼굴 하나를 점점 더 작게 만들어 마침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평생을 한 여자 또는 한 남자만 사랑한다는 것은 양초 하나가 평생 탄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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