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가장 먼 단어
큰 병원에 입원하면 통증 점수표가 있다.
0~10점으로 이루어져 있는.
20대 초반에 먹는 약으로는 통증 관리가 안돼서
입원해 진통제를 맞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간호사가 늘 통증 점수를 물어봤다.
0~10중 얼마만큼 아파요?
그럼 마음 같아서는 8~9를 말하고 싶은데
이상한 자존심 때문에,
늘 5~6점 정말 아프면 7점을 말했었다.
참 구질구질하게 아픈 것도 있는 그대로 말 못했다.
그냥 뭐든 무덤덤한 형태의 내 모습이 좋아서 그랬다.
뭔가를 좋아한다는 게 이래서 싫다.
인간이 구질구질해진다.
최근에 같이 사는 친구와
과도기에 관해 이야기 한적이 있다.
친구는 내가 과도기로 매일 산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건
연민과 욕망 사이에서 부정하게 친절하기 때문이라고.
사실은 훨씬 더 현실적이고 직설적으로 말했지만
나는 이렇게 표현해두고 싶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냥 말장난이 하고 싶어서
뽑아 들면 적어도 과일 하나는 베겠네.
과도기 때문에, 내가.
새빨간 사과~새빨간 심장~새빨간 거짓말~
이렇게 중얼대고 있으니
친구가 니가 지금 말한 것들을 다 베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때는 그냥 그냥 들었는데
이 과도기가 결국 베어낸 것이
내 통증 점수를 이렇게 올려둘진 몰랐다.
친구가 최근에 요로결석으로 병원에 실려 간 뒤
급작스러운 통증에 대비해서 진통제를 조금 받았는데
집에 와서 그걸 조금 먹었다.
한때는 진통제를 너무 좋아했는데 거기 의지하는 것도 싫고
부작용도 심해서 끊었었다.
근데 또 먹었다. 너무 구질구질하다.
오늘 카페에 앉아있으니 여자 두 명이 다가와
인문학 도서 저자인 누구누구의 강연이 있는데
한번 들으러 오실 생각이 없냐고 했다.
요즘 정치도 경제도 너무 답답하지 않냐고
사는 게 답답한 젊은이들을 위한 강연이라
강연 이름도 사이다 톡 이라고 말을 건넸다.
저 별로 답답하게 안 살아요 ㅎㅎ
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은 가슴 위에 바위를 몇 개 올려두어서 너무 답답한데
이걸 밀어내주시는 분에게는 사례하겠습니다.
시지푸스가 된 기분이에요.
이건 밀어도 밀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네요.
내 가슴이 그렇게 경사지지도 않았는데.
아 그리고 어제는 아빠 생일이었다.
아빠 생일 축하해요~라고 전화를 걸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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