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아침 9시 15분

사랑과 가장 먼 단어

by 박가람


Sade - King of sorrow


3월 24일 아침 9시 15분

시침과 분침의 갈비뼈 아래가 공허하다

하루가 대가리만 남기고 텅 비었다.

대부분의 집안 달력은 3월쯤에서 멈춘다.

3월 이후론 보통 죽은 페이지인 거다.

모두에게 잊혀지고

누구에게도 바라봐지지 않는 페이지.

나의 3월 역시 죽은 페이지다.

나 조차도 바라봐주지 않는 달.


나의 3월은 추위를 이겨냈으나 온기를 잃었다.

사랑도 온기를 잃고 그리움이 되었다.

걸어가는 길마다 그리움이 질병처럼 가득 차

온 길이 앓았다. 지독한 통증에 가야 할 길도 잃었다.


계절이 분홍으로 물들 때

어떤 마음들은 표류하고

어떤 마음들은 정박한다.

그리움은 표류하고 사랑은 정박하는 잔인한 달.


당신은 3월처럼 매일매일 아름다워지는데.

나는 하루의 대가리만 빨며 연명한다.

시간이 비리다. 입맛에 맞지 않다.

많은 것을 잃었으나

시간과 미각은 사치품처럼 곁에 남아있다.

조금 더 검소하게 살고 싶다.

다시 가질 수 없는 것들은 완전히 잃고 싶다.

가끔은 완전히 묻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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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seeinmymin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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