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가장 먼 단어
밤이 드러내는 것들이 있다.
낮에는 드러나지 않던 것들.
주로 밤은 상실을 드러낸다.
소유한 것들 보다 잃어버린 것들의 자리가 더 눈에 띄는 시간.
예를 들어 불 켜진 간판들의 글자는 대체로 빠진 글자가 더 눈에 띈다.
집 앞 서울마트는 울마트가 되고 삼양 세탁소는 양 탁소가 되고
할머니네 김밥가게는 아예 모든 불이 나가 가 된다.
예외가 있다면 집 앞 교회의 커다란 빨간 십자가와 대기업 체인들의 불빛.
그 두 개의 불빛은 항상 가득 빛나더라.
내 기준에서는 욕심 많은 순으로 빈틈없이 빛나는 것 같다. 간판은.
밤이 되면 내 이름은 박가람에서 ㅏㅏㅏ
자음이 빛을 잃어버린다.
탈락된 내 이름은 병자처럼 자음을 잃고 모음만 남아 신음한다.
영혼 없이 몸만 남은 짐승처럼 ㅏㅏㅏ
이럴 땐 빨리 잠드는 편이 좋다.
아침이 오면 다시 이름을 가질 수 있다.
햇볕이 내 소등된 자음들을 채워준다.
내가 이름을 잃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내 이름을 불러 빈칸을 채워준다.
그러나 지금은 밤. 상실된 이름이 신음한다.
내게 밤은 모음만 남아 신음하는 시간.
ㅏㅏㅏ 이 신음하는 밤은 고스란히 나의 것.
-
인스타그램 @seeinmymin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