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가구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서 편지를 썼다

by 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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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나무들의 가구가

혹은 나무들의 나무가 되어주고 싶은데

너와 시계 위에서 시간을 나눌 때마다

달력 위에서 날짜를 나눌 때마다

계절 위에서 온도를 나눌 때마다

문장 위에서 단어를 나눌 때마다

그러니까 함께 사랑을 나눌 때마다

매 순간 그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나무라면 나는 나무들의 가구가

혹은 나무들의 나무가 되어주고 싶다고

때로는 우산을 위한 우산이자

가로등을 비춰주는 가로등이고 싶다고

가끔 타인과 세상에 난파된 듯 숨 쉬며

인생을 항해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희생 위의 희생이 되고 싶다고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 편지를 썼습니다.


인스타그램 @seeinmymin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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