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파편

연날리기

삶의 파편들

by 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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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날리기에는 인생의 성공 공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왜 설날 , 즉 새해에 우리 선조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서 연날리기를 했는지 알겠다.

삶의 이치를 깨우쳐 주려고.


연을 하늘 높이 띄우기 위한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연을 잡아주는 사람이 손을 놓음과 동시에 미친 듯이 달린다.

일정 높이만큼 연이 뜰 때까지 미친 듯이 계속 달린다.

일정 높이 이상 연이 뜨면 나무나 전깃줄 같은 장애물들을 피해서

천천히 실타래를 풀었다 당겼다를 반복하며 연을 점점 더 띄워 올린다


즉 뛰고 띄우고 가 전부인 매우 간단한 메커니즘.

그러나 이 과정속의 겉이 아닌 속으로 눈을 퐁당 담궈 살펴보면

현실적 성공에 관한 모든것이 잘 녹아 있다는걸 알수 있다.


어릴 적 설날 운동장에 가보면 다양한 형태의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먼저 이미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저 하늘 높이 띄워 둔 연을 건네 받아 노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금수저다. 그냥 물려주는 것만 받아도 이미 너무 높이 떠서 내려 올 일 없는

그냥 태어남 자체가 성공인 아이들.


두번째로는 가족 중 누군가 연을 잡아주고 높이 띄울 수 있게 옆에서 계속 보조하고 지탱해주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은수저다. 자신의 적절한 노력 여하에 따라 성공을 거머쥘 수 있는.

그 노력들에 대한 다양한 환경적 뒷받침이 되는 아이들.


세번째로는 혼자 와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흙수저다. 누가 서포트해주는 사람도 없기에 연을 자기 손으로 던지고 미친 듯이

뛰어다녀야 한다. 잠깐이라도 쉬면 연이 땅에 곤두박질치고

심한 경우에는 바닥에 부딪혀 연이 부서져 다시는 띄울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흙수저의 운동장엔 보통 바람도 잘 안 분다.

그야말로 흙수저 아이들에게 연날리기라는 건

미친 듯이 한순간도 안 멈추고 달려야 될까 말까 한 일.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서 땀에쩐 거지꼴이 되어 높이 난 연을 거머쥐고 나면

사람들은 그걸 비웃는다. 저렇게까지 해서 뜨고 싶냐고.



어릴 적 아빠가 만들어줬던 방패연을 나는 아주 하늘 높이 띄웠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내 모든 교육과정속의 책들이

마음속에 꿈을 품고 그걸 높이 띄우라 주입하기에

그 방패연 같은 꿈을 마음 높이 띄워 두었는데

가끔은 이 방패연, 그러니까 내가 품은 꿈이라는 것이

사실 현실은 계층별로 높이가 다른 하늘과 넓이가 다른 운동장을 가졌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멍청하게 희망을 가지게 하는

사회로부터 강제 주입되는 환각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내 하늘의 높이가 어디까지인지 닿아본 적이 없기에 별수 없이 달려봐야 한다.

나는 힘들 때마다 각종 핑계 뒤에 숨어 멈췄고

그때마다 내 연은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부서졌다.

그리고 더 이상 곤두박질치기에는 아빠가 만들어준 방패연이 너무 소중하다.

이걸 지켜내고 반드시 하늘 높이 띄워야지.

내가 거지꼴이 되고 타인의 집게손가락을 내 방향으로 집중시키더라도

내 부모가 마음속에 띄워준 연을 절대 바닥으로 떨어뜨리지 말아야지.


아, 연날리기.

어릴 적 신나게 뛰어다녔던 그 운동장 속에 세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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