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거짓말 여행기 챕터 1 "호스트바의 게이"

챕터 1 "호스트바의 게이 4"

by 박가람



2 월 24일 수요일


호스트바 7일 차


언제나처럼 열한 시 반에 대기실에 일등으로 도착한다.

작은 사장이 심심했는지 가게를 어슬렁 거리다 다가와서 질문을 퍼부었다.

진짜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질문들, 이곳에 서술하는 게 종이 위 빈 공간에 대한 무례라고 느껴질 정도로

참고로 가게에는 작은 사장과 진짜 사장이 있는데 작은 사장은 진짜 사장의 조카.

나이대는 대충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으로 보였고 스타일은 개그맨 양세형과 매우 흡사했다.

가게에는 주로 작은사장이 늘 있고 실제 사장은 내가 일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가게 사람들은 다 작은사장을 싫어했다. 어린 새끼가 사람 무시한다고.

만약 왕좌의 게임을 보았다면 순화된 조프리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왕좌의 게임을 안 봤다면 보고 나서 이 비유를 이해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 비유를 이해시키려는 사적 욕망이 아니라

정말 멋지고 즐거운 것을 모두가 즐겼으면 하는 공익적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추천.


그렇게 작은 사장에게 시달리고 있는 동안

선수들이 하나둘씩 모였고 둘러앉아서 포커를 치거나 바카라를 했다.

보통 판당 5천 원 정도를 걸고 하는데 꼭 수학여행 온 학생들처럼 신나 보였다.

학생들이 수학여행 가면 술도 마시고 도박도 하며 쾌락을 쫓는 것처럼.

그냥 그런 일탈에 순수하게 쩔어있는 모습.

단지 선수들과 학생들의 차이라면 누군가에겐 일탈이 누군가에겐 삶 그 자체 라는 것 정도.


대기실의 선수들은 도박꾼과 관종 그리고 하드워커로 나뉘는데

도박꾼 계열은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소액의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사설토토에 돈 걸고 경기만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탄식과 환호성이 경기 내내 교차하는데 주로 경기가 끝나는 휘슬이 울릴 때는 탄식으로 끝난다.


관종계열은 거의 여자에 환장하는 선수들인데 쉴세 없이 셀카를 찍고

sns 에 올리면서 여자들에게 DM을 보내는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는 "민짜를 먹었다"라는 표현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인 것처럼 보였다.

[민짜는 미성년자를 의미한다.]

이 계열의 사람들은 정말 단순한다 그저 셀카 찍고 올리고

여자랑 잔 거 자랑하고 의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 시행한다.

그 모양새가 마치 사정 불가능한 성행위처럼 느껴졌다. 찍고 자랑하고 찍고 자랑하고 찍고 자랑하고

미친 듯이 반복해도 정신적 사정의 역치 값까지 결코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니 현자가 되지 못하는 거다. 절정이 없는 곳에 무의미한 허리 놀림을 하고 있으니.

인간은 절정을 지나쳐 급격히 추락하는 순간에만 현자가 될 수 있다.

욕망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릴 때는 보통 인간성이 바닥을 치기 마련, 동물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아마도 영원히 짐승처럼 살아갈 사람들.


마지막으로 하드워커 계열의 선수들은 카톡이나 전화로 끊임없이 손님들을 관리하고 영업하는 사람들인데

보통 목표는 가게로 손님들 불러들여서 돈도 벌고 팁도 많이 받는 것 그런 게 아니라면 계좌로 용돈 받거나

명품 선물을 받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그림 그리는 선수들은 구찌손님들 공사 쳐서 크게 한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대기실은 경찰들에게는 노다지라고 볼 수 있는 곳이다.


[구찌손님이란 말은 돈 많이 쓰는 손님들 이란 뜻의 은어, 공사 친다는 것은 공들여 사기치다라는 말의 줄임말 정도인 것 같은데 대충 돈 빼먹으려고 열심히 공들인 다음 마지막에 통수치고 잠적해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아, 가게 주변에 보면 SA급 짭들을 파는 옷가게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런 곳들이 사실은 옷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손님이 원하는 거 사라고 선수들에게 카드를 주면 그런 곳에서 옷 사는 척하고

다시 환불받아서 현금으로 바꿔먹는 장소였다. 어쩐지 가게들이 하나같이 장사할 생각도 없어 보이더라.

그런 가게들은 환불 과정에서의 수수료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산다고 했다.

선수들 중에는 그런 가게 차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렇게 대기실의 선수들을 구경해본 결과 내가 낄 수 있는 파트는 도박꾼 계열인 걸로 판단하고

사설토토충들쪽으로 가서 먼저 말을 걸었다. 사이트 어디 이용하는지부터 어디가 배당이 좋고 돈 걸만한지

정보 좀 달라고 이야기하면 신나서 자기들이 분석한 정보들을 쏟아낸다. 그 과정에서 대학생까지

축구선수를 했다는 우영이형을 알게 됐다. 자기는 부상 때문에 그만뒀다는데 별로 믿을 만 하진 않았다.

사실 축구 선수했다는 것도 진짜 인지 모르겠다.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고 치면

이형은 허언증 갤러리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허언증이 심했다.

그래도 이 형 덕분에 주원이랑 시현이 형이 없을 때도 이야기할 사람들이 생겼다.

우영이형도 나보다 어린형이었는데 나이는 28살이라고 했다 물론 그것도 안 믿는다.

앉아서 어디에 어떻게 돈 걸지 이야기를 하면서 룸으로 몇 번의 초이스를 다녀왔다.

오늘도 역시나 계속해서 빠꾸를 당하고 있었는데 담당 실장에게서 가게 밖으로 나와보라는 카톡이 왔다.

우영이 형과 밖으로 나가보니 스타렉스가 한대 서있었다.

알고 보니 다른 가게에 선수가 부족하다고 연락이 와서

땜빵하러 가는 것이었다. 이 날이 내 호스트바 생활중 최악의 하루 중 하나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스타렉스는 10분가량을 달려 성인 나이트 입구에 우리들을 내려 줬다.

실장을 따라 룸으로 들어가 보니 아줌마 2명과 아저씨 5명 정도

그리고 아저씨들 옆에 아가씨들 다섯 명 이렇게 총 열두명이 술이 잔뜩 취해서 반쯤 맛 가서 놀고 있었는데

아저씨들이 아줌마들을 위해서 짝을 맞춰주려고 우리들을 불러준거였다.


뭐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아저씨 5명 아줌마 2명으로 구성된 그 손님들의 관계도를 간략하게 말해보자면

아줌마 2명은 사업하는 사람들이고 아저씨 5명은 대형 신문사 기자 , 고위 공무원, 검찰 간부 들로

이루어진 사회지도층 인사였는데 서로 스폰서 관계라고 했다.

뭐 무얼 어떻게 스폰서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말했다.


이 술자리는 아줌마 두 명 중에 한 명이 이번에 크게 고깃집을 내서

그 일을 도와준 사람들을 모아 대접하는 자리였는데

내 파트너가 된 사람이 바로 이번에 고깃집을 낸 사장 아줌마였다.

룸의 분위기는 호스트바와는 완전 달랐는데 호스트바가 정적이고 손님이 몇 명이 오든 놀 때는

손님 한 명 선수 한명씩 조용히 개인플레이하며 노는 반면에 여기는 딱 관광버스 분위기였다.

아니 그냥 관광버스 말고 성인용 관광버스라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자리에 착석하자 말자 아줌마는 나를 귀엽다며 사정없이 쓰다듬었다.

하긴 나도 우리 집 강아지 자고 있으면 귀여워서 갑자기 뛰어들어서 미친 듯이 안고 뒹굴고 쓰다듬으니까

아줌마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귀엽다는 게 그런 거지.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있었는데

옆자리 아줌마가 우영이형 바지 속에는 자기 손을 입속에는 언어 사용과 음식 섭취를 위한 기관을

동시 삽입하고 있는 것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것은 반드시 나의 미래 모습일 거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분위기를 띄우는 척하며

마이크를 잡고 빠르게 선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학 내내 래퍼가 될 거라고 여기저기서 랩 하고 공연하고 다닌 게 이때 나를 구원해 줄지는 몰랐다.

4~50대 아줌마 아저씨 앞에서 빈지노의 랩을 쏟아부었다. 아가씨들과 형은 나를 미친놈처럼 바라봤다.


천장의 미러볼은 불빛 아래 인간의 모습이 추하든 아름답든 무심하게 제 속도로 돌아버리고

아저씨들은 내 노래를 듣지도 않고 아줌마들은 뭐가 신나는지 속옷만 입고 기가 막힌 스텝을 밟는다.

나는 살기 위해 노래하고 아가씨들도 살기 위해 가슴에 브라 대신 타인의 손을 착용했다.

모두 각자의 속도로 미러볼처럼 빙빙 돌아버리고 있는 순간의 연속들.


나는 이 장면을 카메라로 찍으면 꼭 일본 영화의 웃기면서 슬픈, 그 뭐랄까 일본 영화 특유의

희로애락이 범벅된 영상같이 보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누가 찍어줬으면 참 좋았을 건데.


그렇게 나만의 쇼미더머니로 시간을 열심히 때우고 자리로 돌아오니

사람들은 한명 두명씩 뻗어가고 내 손님도 정상은 아니었다.

아줌마는 점점 꼬여가는 혀로 계속 이렇게 말했다.

"인맥이 중요해 인맥, 성공하고 싶으면 사람을 많이 알아 둬 내가 누구도 알고 누구도 알고 내가 젊을 때 누구 얘도 낳아줬어 난 젊을 때 이쁜 거밖에 가진 게 없었어 그거랑 지금 내가 가진 거랑 바꾼 거야 "

아줌마는 저 문장들을 반복해서 말할수록 혀가 꼬여갔다.

아마 저 문장들에 의해서 인생도 점점 꼬여갔을 거라 생각했다. 전형적인 인생을 꼬아버리는 문장들.

아줌마는 한 시간가량 저 이야기를 반복했고 나는 룸을 나와서 6만원을 받아서

나이트에 만원 실장에게 만원을 주고 2시간 TC 4만원을 벌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우영이 형이 어른들 접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구박했다.

저런 사람들 하나 물면 진짜 용돈도 잘 주고 이래저래 크게 벌어먹을 수 있다고.

그러면서 자기는 그 고깃집 찾아갈 거라고 했다. 이미 자기는 낮에 홍보관련 일을하는 것처럼 거짓말해뒀다고

자기한테 홍보 맡기라고 하고 그 비용 몇 번 받아먹을 거라고 했다. 으 병신.




2/25 목요일


호스트바 8일 차


오늘은 초이스가 안됐다. 덤덤하다. 즐거우세요! 만 몇 번 외친 하루.

대신 대기실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주원이에게 내가 게이라는 느낌을 은근히 흘렸다.

저 말 많고 입 싼 새끼가 그걸 눈치채면 알아서 쫙 퍼뜨려줄걸 알아서 미리 준비해간 대사들을 했다.

야 주원아 내가 좋아하는 가수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어 그 가수가 동성애잔데 어떤 가사냐면

" 사랑은 남자와 여자가 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하는 거야" 나는 이 가사 듣고 뭔가 울컥하더라

너는 이런 가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내가 교과서 읽듯 멘트를 치자

주원이는 1초 만에 "나는 솔직히 남자랑도 한 번은 해보고 싶다". "게이는 아닌데 그냥 궁금해서"

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이거 잘못하면 내 엉덩이 큰일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상한 대답은 " 뭐 그럴 수도 있지 가사 좋네." 정도나 " 으 나는 게이 싫음!" 정도였는데

저렇게 적극적인 반응을 하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 나도 뭐 궁금은하다." 라고 말했다.

괜히 어색해져서 컨셉용 시집을 다시 보는 척했다. 주원이가 시집은 도대체 왜 보는 거냐고 물어봤고

그냥 나는 이런 게 좋아 라고 수줍게 대답했는데 처음에는 나 자신이 싫었는데 점점 재밌어졌다.

그래서 괜히 뒤에서 백허그를 하듯 어깨동무를 하고 주원이 인스타를 같이 봤다. 향수 냄새가 목덜미에서

확 올라와서 뭔가 기분이 묘했다. 는 거짓말이고 소름 돋아서 다시 휙 떨어져서 봤다.

언제나 그렇듯 다시 주원이의 인스타 여자 품평회가 열렸고

머릿속 저장공간에서 삭제하고 휴지통 비우기 해버렸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 했는지 기억도 안나.

주원이보고 같이 집에 가자고 해서 좀 더 게이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했는데 언제나처럼 또 여자 만나러

먼저 휙 가버렸다. 오늘은 그래도 뭔가 적극적으로 내 이미지를 어필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며칠만 더 하면 사람들이 온전히 나를 동성애자로 인식할 것 같다.

호스트바의 선수가 게이라니. 가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대할까? 나도 궁금하다.






2/26 금요일


호스트바 9일 차


금요일의 가게는 엄청나게 바쁘다. 당신의 외모가 극도로 평범해도

주말에는 초이스 들어가서 메이드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어차피 손님들은 대부분 술을 꽤 마신 상태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선수를 분석해서 초이스 하지 않는다.

특히 실장의 소개가 꽤 중요한데 외모가 평범해도 실장이 선수들 소개할 때

그럴싸하게 잘 포장해주면 메이드 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그래서 실장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게 중요한데 내 담당 실장은 나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술도 많이 안 마시고, 2차를 가서 단골을 만들어 오는 것도 아니니.


오늘은 시현이형도 출근해서 대기실에서 심심하지 않았다.

시현이형은 도박꾼도 관종도 하드워커 계열도 아니라서 여러모로 편했다.

시현이형이나 주원이가 출근 안 할 때는 사설토토충들이랑 섞여서 관심도 없는 축구팀 응원하고

거짓 배팅을 해야 했다. 이놈의 거짓 배팅 때문에 나중에 돈 한번 크게 쓰는 일이 생기는데 그건 그때 가서 써야지.


이날은 가게 출근하면서 가장 빠르게 메이드 된 날이었다.

잘 모르는 선수 두 명과 함께 메이드 됐는데 알고 보니 트랜스젠더 손님들이었다.

나는 일하면서 트랜스젠더 손님을 두 명 만났는데 오늘 만난 손님은 진짜 처음엔 트랜스젠더 인지 몰랐다.

그냥 엄청 늘씬한 여자구나 정도 생각했다. 화장을 조금 짙게한.

손님 옆에 착석하자마자 손님이 물개 박수를 치면서 내가 성보라를 닮아서 초이스 했다고 했다.

진짜 이상한 이유였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했다.

응답하라 1988이 방영 시작했을 때 애들이 하도 나랑 성보라가 닮았다고 연락 와서 프로필 사진을 한동안

성보라로 바꿔뒀었을 정도니까. 근데 요즘은 너무 이뻐져서 나랑 하나도 안 닮은 기분.

자기도 남자였을 때 여자같이 생겼다는 소리 엄청 들었었다고

그래서 그냥 여자가 돼버렸다고 쿨하게 자기가 트랜스젠더인걸 밝혔다.

나는 궁금한 게 너무 많았지만 예의상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자기한테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보라고 괜찮다고 하길래 이것저것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생각해보니 그녀 그래 그녀는 마치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아마 나도 모르게 트랜스젠더를 처음 상대해본 남자의 표정을 짓고 있었나 보다.

하긴 얼마나 많이 시달렸을까 트랜스젠더가 되고 나서 자기를 향한 호기심의 눈길들 혹은 공격적이고 악질적인 시선들 그런 시선들을 다 이겨내고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어 이야기하는 그 모습이 매력 있어 보였다.

예전에는 하리수랑 결혼한 남자 이해 못했는데 꽤 많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무얼 물어볼까 고민하다 그.. 그럼 이제 그것이 없는 거예요?라고 물어보니 꺄륵꺄륵 웃으면서

자기는 1년 전쯤에 성전환 수술을 했는데 그 비용 때문에 트랜스젠더 바에서 일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같이 온 손님들도 다 그 바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그리고 질문할때마다 술 한잔씩 마셔야 한다며 내 입안으로 여성의 섬세한 컨트롤과

남성 시절의 강한 완력을 이용해 술을 강제 주유했다.

그렇게 술을 한잔씩 나눠 마시며

정말 정말 신기한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트랜스젠더의 삶 이야기를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자신의 특정부위에 가져다 대고는 이렇게 말했다.

"수술한 뒤에 여기를 자주 이용 안 해주면 살들이 붙어버리는 수가 있어. 나가서 내 건강관리 좀 해줄래?"

건강관리.. 저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참신하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뭐라고 이야기하고

이 상황을 빠져나올까 고민하다 왠지 내 앞에서 자신의 진실만을 드러내고 있는

이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하나도 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게 지금 내상황을 이야기했다.

내가 지금 호스트바 일을 왜 하고 있고 어떤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의 역할을 해보고 싶은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들을 겪고 있는지, 더불어 이과정을 통해서 무엇을 알아보고 싶은지 등을

자세히 진지하게 풀어놓으니 밖에 나가서 하룻밤 자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라며 더 좋아해줬다.

고맙게도. 거기다가 기왕 비밀 이야기도 들은 김에 자기가 제대로 도와주겠다고

아까 겪고 있다는 문제점 중에서 게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기가 힘들다고 한점

자기가 해결해주겠다고 자기만 믿으라면서 아이디어를 술술 냈다.

자기가 나를 지금 딱 뺀찌 놓은 다음에 담당 실장이랑 다음에 들어올 선수에게


"쟤 게이인 거 같아, 내가 게이였다가 트랜스젠더가 된 거라서 아는데 쟤는 백퍼 게이야 촉이 와 진짜."


라고 계속 투덜거리며 언급해준다고. 일한 지 10일이 다 돼가는데

게이라는 이미지는 하나도 못 심는 것 같아서 첫 여행부터 망하나 걱정 많았는데

너무 고마운 손님이었다. 진짜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며 번호를 받아서 나왔다.

기프티콘이라도 하나 보내주고 싶어서, 진짜 소박하지만.

그리고 나중에 책 내게 되면 꼭 보내주기로 약속도 했다.

자기 언급 많이 해달라고 했는데 이 페이지를 보고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마도 내가 손님으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보물 같은 인간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뺀찌 맞았다고 실장한테 말하고 대기실로 돌아가니

선수라고는 나밖에 없길래 그냥 퇴근했다. 시현이형이나 주원이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니.


내일 가게에 출근했을 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할지 생각해보니 뭔가 복잡한 감정이 생성되었다.

풀어써보자면 대충 궁금함 40 뭔가 모를 두려움 40 묘한 설렘 10 계획대로 일이 진행됨에 따른 안정감 10

의 혼합비율을 가진 감정상태.

이 감정상태를 어미닭처럼 마음에 꼬옥 품은채 잠들었다.

이 감정들이 잘 부화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태어나게 하길 빌면서.



"나의 거짓말 여행기"는


나는 나로 태어나면 나로만 살아야 하는 걸까?

인생은 동전하나 넣고 캐릭터 하나로 끝까지 달려야 하는

원코인 게임이라는데 동전 좀 더 넣고 살면 안 되는 걸까?

만약 내가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나와 전혀 다른 나를 설명하면 나는 그렇게 인식되는 걸까?

예를 들면 내가 고위층의 자식이나 금수저라고 설명하고 그런 척을 하고 살면?

내가 만약 동성애자라고 이야기하고 살아가면?

내가 만약 소년원 출신이거나 복역하고 나온 사람이라고 설명을 하면?


라는 궁금증들로 출발하여 궁극적으로는


나라는 건축물은 타인의 눈속에 어떻게 쌓아 올려지는 걸까.

내가 겪어온 수많은 시간과 경험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정체성으로?

아니면 그저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는 말 몇 마디 혹은 문장 몇 개로?


라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지역에서 지역이 아닌

인간에서 인간으로 떠나 보는 여행기입니다.


여기 써져 있는 모든이야기는 제가 직접 뛰어들어 겪은 실화들입니다.


만약 "나의 거짓말 여행기"를 에피소드 중간부터 읽으셨다면

프롤로그부터 차례차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