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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경 Apr 21. 2023

몸에 귀 기울일 때 들리는 것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김태리의 엄마 역인 문소리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시무룩한 아역 김태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걔들이 원하는 게 뭔 줄 알아? 네가 속상해하는 거. 그러니까 네가 속상해하지 않으면 복수 성공! “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김태리와 그의 동네 친구 류준열이 김태리에게 하는 말.


“다른 애들 같으면 엄청 힘들어하고 그랬을 텐데, 넌 그냥 ‘난 신경 안 쓴다. 네들 맘대로 해라 ‘ 그러더라고.”

걔네들이 널 왕따 시키는 게 아니라 네가 걔네들을 왕따 시키던데. 그러다 보니까 어느 날부터 안 괴롭히고. 너 그때 좀 멋있었어.”




어렸을 때도,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집에서 노는 걸 편안해한다. 물론 외로움은 덤.


성격이 어쩌면 꼬인 건지. 그렇지만 그런 나도 나이기에 고친다고 바뀌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롭고 마음이 편하거나, 사람들 틈에서 외롭진 않지만 어딘가 한 켠 마음이 불편하거나. 분명 바쁘게 살고 있는데, 무기력한 요즘엔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전자.


20대 초중반에는 빈 시간을 만들지 않으려고 부지런히도 약속을 만들고 늘 사람들을 만나려 노력했다. 특히나, 연인과는 거의 매일 만나는 패턴이었다. 연인 입장에선 혼란스러웠을 나라는 여자 인간은 매일 보고 싶어 하면서 계속 붙어 있으면 예민 수치가 점점 높아져 다툼으로 이어지곤 했다.


20대 후반에는 살아가는 일들이 바빠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 대신 애틋함은 커졌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일도 열심인데, 왜이렇게 무기력할까.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그때그때 열심히 사는 척. 고민을 얼버무리고 있는 것인가 싶어 한동안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최대한 단절하고, 내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는 중이다.


아무도 읽지 않을 일기라는 나만의 책을 한자한자 정성을 다해 써내려갔다.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철저한 다짐들을 마음속에 단단히 새기며.


잠시 바쁘게 사는 걸 멈추고, 몸에 귀 기울이는 시간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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