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보고 걷자
길을 걸을 때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하기를 좋아한다. 지하철 역에서는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뭘 보는지 훔쳐보기도 한다.
관찰하기를 좋아하게 된 건 달리기를 할 때 그리고 자전거를 탈 때 핸드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을 피하며 다니는 데서 시작되었다.
좁은 길에서 핸드폰 작은 화면에 집중하느라 달려오는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그리고 마주오는 사람을 가까스로 피해가는 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한다.
그들을 피하는 사람이 내가 된 경우에는 마음 속에 깊은 화가 치민다. 그리고 다짐한다.
난. ‘스마트폰 좀비’가. 되지. 않으리라.
우리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걸어서 약 5분.
그 시간 만큼이라도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가방 속에 핸드폰을 넣는다.
그 시간 만큼이라도 아침 출근길 풍경과 내 발 걸음에 집중해본다.
오늘 날씨가 어떤지.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지. 오늘 내 컨디션이 어떤지 생각하면서.
왜 사람들이 길을 걸을 때 핸드폰에서 눈을 뗄 수 없냐 하면, 길을 걷는 그 순간 마저도 쉬지 않고 뭔가에 빠지고 싶은 무료한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컨대 앞으로 신호등 불이 켜지는 소리를 알려주는 횡단보도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초록불로 바뀌더라도 핸드폰을 보느라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신호가 바뀐지도 모르고 한동안이나 멈춰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적잖이 충격 받는다. 나는 의식적으로 신호등에서는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 한다.
일단 시선이 빼앗기고 나면 정신 차리기 힘드니 애초에 보지 않겠다는 생각.
오늘도 한강 산책길에서 마주한 ‘스마트폰 좀비’들. 높은 습도 만큼이나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지만. 사실 충분히 이해하는 마음도 든다. 나도 사실 종종 그러니깐:(
걸음이 조금 지루하더라도 좁은 보행로에서는 흰 선을 지켜 걸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모두의 안전과 모두의 이너 피쓰를 위해서! 나부터 잘 걷는 사람이 되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