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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말했지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 란다

잘 먹고 있나요?

by 시경

회사를 다니면서 큰 불만 요인 중 하나가 먹는 일이다. 일을 하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없다. 그렇게 쌓인 허기가 축적이 되어 뒤늦은 과식을 부른다. 그리고 과식은 뱃살을 부른다. 평소에는 남들보다 적게 먹는 편인데, 오랜 시간 굶다가 밥을 먹을 때면 배부름 스위치를 잊어 버린 사람처럼 이것 저것 먹고 싶어진다. 우리 회사에는 점심 때 운동을 하거나 식단 관리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 나도 점심 시간을 밥을 먹는 시간이라는 개념보다는 휴식 시간으로 삼는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10분 만에 먹고 쉬거나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낸다. 어쩌다 외식을 하고 속이 불편한 메뉴를 먹게 되면 그 날 오후는 앉아있는 내내 불쾌한 느낌이 들어 괴롭다. 대체로 회사에서 점심 메뉴를 잘 고르기란 어렵고 외식은 아무튼 내게 잘 맞지 않는 예민한 위장을 가졌다. 그래서 사무실에 혼자 앉아 도시락을 먹게 되었다. 눈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사회성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두렵다. 그래도 도시락 루틴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게 나다운 선택이어서다.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는 게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몸 속에서부터 건강한 사람이고 싶다. 계란 2알, 고구마, 당근 라페, 사과로 만든 내 간편 도시락은 초라하지만 딱 좋다. 대신 좋아하는 초콜릿과 디저트는 몸에 나쁘지 않을 정도로만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


아침 허기가 참기 힘든 날은 최대한 물과 커피, 단백질쉐이크로 속을 달래주려 한다. 아침에 단 걸 먹게 되는 날이면 그날 하루 내내 배가 고픈 것 같아 되도록 마실 것으로만 배를 채우려 한다. 예전에는 라떼 한 잔만 먹어도 아침은 잘 넘어갔는데 요즘은 아침부터 먹고 싶은 것 투성이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 먹을 것에 집착 없던 때가 그립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유튜버들이 자신에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 않다고 뇌를 자꾸 속이라는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다. 현대 사회는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것들로 흐르고 넘치는데 이것들을 피해가는 게 참 어렵다. 당장 집에 갈 힘이 없으니 에너지바라도 먹게 되고, 당장 마케팅팀과의 미팅을 하려면 쉐이크라도 한 잔 마셔야 한다. 그래도 과자가 아닌 에너지바, 쉐이크를 먹는 건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라는 요가원 할머니들의 말씀 때문이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이면 저녁 단식도 해보려고도 하고, 하기 싫어도 억지로 헬스장에 나를 데려 간다. 매일 아침 10km를 달리고 출근하던 20대의 나는 어디갔는지. 이제 나의 꿈의 예전의 내가 되는 것이다. 무리한 운동을 하지 않게 된 이유도 바로 이 식욕조절 버튼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에 대한 의지는 남들보다 강한 편이라 실행에 옮기는 건 어렵지 않지만 뒤가 문제다. 제 때 식사를 할 수 없는 환경에서 나를 방치하니 위장이 고장났다.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져서 목에서 쉰 내가 나게 되었다. 그 뒤로 운동을 줄이고 식사량과 속도를 신경써서 조절했다. 다행히 위장은 금방 괜찮아졌지만 아직 식욕조절 버튼은 종종 고장이 나버린다. 오늘 저녁도 먹고 싶은 빵과 초콜릿으로 때워버린 게 죄책감이 들어 이 글을 쓴다. 집밥을 잘 챙겨 먹는 사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식단과 운동을 똘똘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쉐이크도 에너지바도 먹고 싶지 않다. 언제나 건강한 음식으로 채워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직장인이라서 내 몸아 미안해. 신혼을 지내면서 3키로 정도가 다시 붙었다. 뱃살을 꼬집어보며 예쁘고 싶다는 본능이 일어나는데 그럼 나는 먹고 싶다는 본능을 참아야 한다. 결혼식 3개월 전이라 아직은 먹고 싶다는 본능이 더 큰 나는 다시 빵을 먹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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