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장을 그만두고 요가 강사가 될 수 있을까요?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가지는 과정

by 시경


직장 사용 설명서 : 직장에 다니는 동안 급여를 바탕으로 기술을 만들어서 나와야 한다.


‘직업인‘은 ‘직장인‘과 같이 직장에 소속되어 있는 의미와는 다르다. ‘직업’이 있다는 것은 직장이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있든 아니든 그와 관계없이 돈과 교환 가능한 기술이 있는 상태이다. 나는 ‘직업인‘으로 살고 싶다. 내가 잘하고 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8년차 직장인으로 안정적인 월 400만원의 수입과 칼퇴를 보장 받고 있다. 이 직장을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점점 회사를 다니는 스트레스가 커져 간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잘 버티고 있다. 버팀을 넘어서 성장과 자아실현도 이루고 있다. 일의 보람과 재미를 느끼고 내가 만드는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에 희열을 느낀다. 그런데 당장 내가 조직을 떠나게 된다면 나는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회사에서는 내가 기획한 아이템을 연예인이 입고 미디어에 노출되고 잘 팔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을 나 혼자 그런 일을 할 수 있나. 아니, 혼자서는 솔직히 말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본업에 충실하다보면 결국 잘될 지도 모른다. 현재 상황을 유지한 채 밝은 나의 미래를 그려보면 신뢰 받는 여자 팀장의 모습이다.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에 강단 있는 그런 사람. 그 미래에 있는 나는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좋은 보스와 팀원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면 행복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원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 우리가 열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우리를 선택한다는 말이 있다. 열정이 나를 발견하기 쉽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나는 직업인이 되기 위해 내 형편에 맞춰 다양한 실험을 해봐야 한다. 제작년 겨울, 요가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고 요가라는 마법이 주는 평온함에서 나를 찾았다. 나를 찾고 반려자를 찾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 요가를 할 때 나는 내가 된다. 누구나 그런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 세상에는 요가가 주는 행복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나만이 줄 수 있는 요가 티칭을 나눠줄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각자의 모서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서리로 요가를 풀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신혼집도 자리를 잡았고, 운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다시 수련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 저녁 다녀온 요가 수업에서 마음 속 소망이 다시 피어났다. 요가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불어오는 4월의 상쾌한 봄바람이 내 마음을 부추겼다. 나는 요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되야 겠다. 처음엔 돈을 좀 못 벌 수 있더라도 가슴 속에 계속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 게 아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월급을 가지고 나와 결이 맞는 요가원에서 다시 수련을 꾸준히 쌓고 소규모 클래스라도 열어보는 실험을 계획 중이다. 요가 선생님으로 사람들과 요가를 나누기 위해 내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요가 수련을 배우는 것은 그저 취미로 즐기는 요가와는 다를 것이다. 그 과정이 힘들고 귀찮다면 내 다짐은 착각일 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이 착각인지 아닌지 가려보기 위해 행동하려 한다. 자신의 도전과 가능성이 매일 확실한 보탬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에 늘 열심을 다하게 되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