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의 아빠와 서른의 딸
우리 아빠로 말하자면, 아직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우리 집 아파트 화장실에서 피우는… 야구를 보면서 무시무시한 욕을 퍼붓는, 정치인들에게는 더 심한 욕을 퍼붓는 65년생 경상도 아저씨다. 그렇지만 딸에 대한 연정은 솜털만치 부드럽다. 어려서부터 아빠가 내게 가지는 애정은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착한 우리 오빠보다 좀 더 애틋함을 진즉 알고 있다. 표현이 서툴고 말투가 드세더라도 행동에서 느껴지는 진국의 사랑이다.
아빠의 환갑을 맞아 온 가족이 모인다. 서울은 이제야 벚꽃이 만개하였는데 여기는 벌써 연두의 계절이 왔다. 울창한 버드나무에 장미꽃이 뭉게뭉게 피어난 아파트 정원을 지나 61살 아빠를 만나러 간다.
원래 우리 가족은 넷이었는데 나의 예비 신랑과 오빠의 예비 신부까지 이제 여섯 명이나 된다.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고깃집에 모두 모여 식사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오는 식당에서 우리 가족이 될 식구까지 더해 같은 메뉴를 같이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 행복을 느낀다.
식사가 끝나고 부모님 것은 특별히 리본을 단 청첩장을 드렸다. 다들 궁금해서 청첩장을 열어보는데 우리 아빠는 왜 내 청첩장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투명한 봉투 사이로 비치는 글자들을 안경 너머로 겨우 읽어보는지 눈물이 왈칵했다.
아직도 나를 꼬마처럼 대하는 우리 아빠는 서른이 된 딸이 신기하다. 신혼집에 처음 와본 아빠가 이렇게 잘 산다며 진심으로 놀라 하는 모습에 마음이 먹먹했다. 이제 막 운전연수를 시작한 내게 아빠의 오래된 벤츠를 운전해 보라며 운전대를 넘겨주는 아빠. 차선 두 개를 물고 가는 내게 무시무시한 잔소리를 하면서 좋아하는 그 표정이 좋았다.
아빠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이 신기하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겪은 이야기,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 이야기를 들려줄 때 아빠는 어린아이처럼 신기하다. 그 모습에 아빠의 거친 말투와 행동이 다 아무렇지 않아 진다.
내 마음이 모질어서 아빠를 더 사랑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나를 혼내고 싶다. 맹랑하게 내뱉은 내 말과 행동으로 아빠 마음에 상처를 준 일이 차고도 넘치니깐. 아빠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만 살아온 아빠가 하나님의 은혜와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해달라고. 그리고 내가 훌륭한 딸은 되지 못하더라도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딸이 되게 해달라고.
여느 퇴근길에 문득 식장에 들어서는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니 4월의 칼바람과 함께 내 눈물도 벚꽃잎과 함께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