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까맣게 타도 좋아!
아무 걱정 없이 매일 마음껏 먹고 쉴 수 있는 신혼여행이었다. 회사 일과 결혼 준비로 한껏 날카로웠던 뾰족한 마음이 평지에서도 자유로이 구를 수 있을 만큼 둥글어졌다. 청록의 바다와 함께하는 조식 뷔페는 6일 내내 질리지 않았다. 좋아하는 스크램블 에그와 딸기잼을 바른 모닝빵, 쓴 블랙커피. 시나몬 가루를 뿌린 뮤즐리, 한껏 눅눅해진 시리얼은 나의 페이보릿.
아침 6시에 일어나 헬스장에 가고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요가를 했다. 에메랄드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게 마음이 먹먹했다. 요가에 집중하다 하늘에 시선을 옮길 때, 아무것에도 가려지지 않고 멋진 구름 만이 떠다니는 하늘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매일 수영으로 뻐근해진 몸을 풀어주고 나니 한결 가벼웠다.
결혼식을 앞두고 시작한 PT는 올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다. 덕분에 체력이 좋아져 여유가 생기고, 결혼식 날에도 마음에 드는 아웃핏을 가지게 되었다. 신혼여행 중에도 리조트 헬스장에서 아름다운 몰디브 비치를 배경으로 트레이너 선생님께 배운 운동을 했다. 무엇보다 하루 종일 많이 먹어도 먹은 것에 비해 살이 많이 찌지 않아 안도했다.
우리는 몰디브에 머무는 6박 동안 4박은 워터빌라에 2박은 비치빌라에 묵었다. 바다 위에 떠있는 워터빌라도 황홀했고, 큰 야자수들에 둘러싸여 있고 숙소 바로 앞이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인 비치빌라도 환상적이었다. 비가 종종 내려 파도가 세었던 날들이 더 많았어서 수심이 얕은 해변이 더 놀기 좋았다. 햇볕에 더워진 따스한 바다는 시원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다. 가만히 바다 위에 떠있으면 파도가 저절로 다가와 놀아주었다.
사람 소리가 없는 틈에 나타나는 예쁜 소라게들, 해변가로 나온 아기상어들과 바위틈에 숨어있다 모습을 드러낸 꽃게 가족들을 찾아 환호성을 질렀다. 아주 귀여운 작고 하얀 새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숙소를 찾아주었다. 작은 동물들을 마주할 때마다 느껴지는 설렘 같은 것이 마음에 계속 남아있다.
오후 내내 수영을 했다. 해변에 나가 수영을 하고, 모래 놀이를 하다가 잠시 그늘로 피해 그네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래도 더워지면 숙소에 있는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쳤다. 신랑과 유치한 물놀이를 하며 초등학생보다 훨씬 더 유치하게 놀았다. 하루에 몇 번 찾아오는 스콜에 시원한 빌라 안으로 숨었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쾌적한 에어컨 공기에 더해진 실링팬의 바람을 맞으며 영화를 봤다. 침대 시트와 이불은 서걱거리고 새하얬다. 소파의 쿠션은 아주 푹신해서 아무렇게나 누워도 편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있는 그대로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폭풍우가 종종 하늘을 검게 드리워서 하고 싶었던 거북이 스노쿨링이나 패러세일링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그런대로 더 편안하게 마사지를 받는 시간을 보냈고, 고급 리조트의 마사지는 아주 많이 흡족했다. 대부분 밖에서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내서 몰디브 태양 아래 까맣게 탔다. 얼굴에는 주근깨, 팔다리는 건강한 구릿빛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타는 걸 싫어했는데 자연스레 태닝이 된 피부가 마음에 들었다. 신랑은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 새카맣게 탄 게 꼭 현지인 같았다. 사진을 찍으면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달콤한 허니문. 우리 이제 한 팀이 되어 만들어나갈 인생의 파노라마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의 조각. 소중하게 간직하고 또 간직한다. 결혼 10주년에 꼭 몰디브에 다시 오자고. 그때 우리는 행운의 거북이를 볼 거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