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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생긴 줄 알았어요

허니문 베이비를 꿈꿨지만

by 시경

결혼식을 올린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 4달 전부터 같이 살기 시작했지만, 결혼식을 올리기 전과 후의 마음가짐이 무척 다릅니다. 많은 이들의 축복과 응원 속에 서로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한 결혼이 세상 어떤 다짐보다 귀합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분당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주택 매매를 기다리며 법적인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것보다 서로에게 확실한 믿음 아래 법적으로도 부부로서 보호받고 싶었습니다.


몰디브 신혼여행에서 달콤한 허니문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생리일을 계산했기 때문에 허니문 기간이 배란기였다는 걸 알고는 있었습니다. 고백하자면, 내심 기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상에 다시 적응할 무렵, 몸에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생리 전 가슴이 커지는 것과는 다르게, 가슴에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소변이 자주 마려워 화장실을 지나치게 드나들었습니다. 월요일 출근길, 매 번 타던 버스에서 멀미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생리 예정일이 지났습니다. 비행기를 타고나면 생리일이 4일 정도 늦어지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의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떨려서 임신테스트를 해볼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2-3일이 지나자 의심과 걱정이 기대와 희망으로 변했습니다.


우리에게 아기가 찾아온 걸까.


매일 타던 버스에서 멀미가 났던 월요일, 친한 친구에게 연락해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친구도 기대하며 마음 편히 기다려 보자 말했습니다. 그래, 마음 편히 기다려보자고 목요일까지는 잘 참았습니다. 지난 일주일은 하루하루가 정말 길었습니다. 3일이 지나 목요일 아침이 되자 도저히 초조함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회사에 친한 동기 언니를 사내 카페로 호출했습니다.


언니 나 임신인 것 같아.


Y언니는 신혼여행 직후 갑작스레 아기를 갖게 되었어서 제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 줬습니다. 우리 둘은 사내 카페 공기를 빨갛게 물들일 만큼 흥분했습니다. 테스트도 해보지 않은 채 설레발과 설렘으로 가득 찬 두 유부녀는 신이 났습니다. 이런 상황이 30년을 살며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을 꺼내 놓고 싶었습니다. 임신테스트를 하고 어떤 결과를 보게 되든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소중했습니다.


언니에게 모두 털어놓고 나니 무겁던 생각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용기를 내어 약국으로 가서 임신테스트기를 샀습니다. 혹시 모르니 2개를 사서 가방 속에 꽁꽁 넣어 두었습니다. 두근대는 마음을 어찌할 바 몰라 가슴이 자꾸만 콩콩 뛰었습니다. 퇴근을 하고 PT수업을 받는데, 또 한 번 심장이 덜컹했습니다. 데드리프트를 하다가 앞에 거울을 보는데 가슴이 커져 유두 주변까지 무척 도드라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헉‘ 소리가 저절로 나와 PT 선생님에게까지 고백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3명이나 알게 된 이상 더 미룰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이제 주말권에 들어간 금요일이니 일어나자마자 테스트를 해보리라 마음먹고 잠에 들었습니다. 식욕이 없어 전 날 운동을 하고도 저녁을 먹지 않고 잠에 들었습니다. 잠에 들기 전,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을 믿습니다.


결과는 어땠냐고요?

한 줄이었습니다. 임신이 의심이 되었을 때부터 챗GPT를 붙잡고 이것저것 캐물어보던 저는 또다시 챗GPT에 임신테스트 결과가 잘못될 수도 있는지 추궁했습니다. 생리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희망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아기를 원했나 봅니다. 점심시간에 한 번 더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여전히 한 줄이었습니다. 슬픔과 실망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퇴근 무렵,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생리가 나왔습니다.


한숨을 푹 내쉬고 털어버렸습니다. 아기에 대한 희망은 날아갔지만 슬퍼하진 않았습니다. 신혼을 더 행복하게 즐겨야겠다 생각하고 아기를 갖기 전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에 더 진심이 되었습니다. 과연 내가 엄마가 될 준비가 되었는지와 같은 진지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졌던 엄마에 대한 좋은 이상과 또 나쁜 기억들을 곱씹어보면서 나는 어떤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미래를 그려보았습니다.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되는 것들이 잘 없습니다. 상황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고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흐름을 잘 파악해서 그 시점에 가장 최선을 찾아내려 합니다.


꿈꾸었던 허니문 베이비는 이제 없지만,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도 아기라는 축복을 주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내 아이의 좋은 레퍼런스가 되기 위한 삶을 오늘도 살아냅니다.


<내 아이의 좋은 레퍼런스가 되는 엄마 되기>

1. 출퇴근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일리 카 사고, 운전 배우기
2. 처음에는 국산 소형차로 시작해서 지갑 방어하면서 운전 실력 키우기
3. 3년 뒤엔 사고 싶었던 예쁜 수입차 사서 아이 태우고 다니기 (엄마가 타던 벤츠 스포츠카처럼)
4. 책을 좋아하는 나의 취미 물들이기
5. 신랑처럼 밝고 귀여운 성격을 더 닮을 수 있게 응원하기
6. 엄마가 해주는 집밥만 먹고 싶게 만들기
7. 영어, 그리고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외국어 하나 더 꼭 배우게 하기
8. 엄마아빠와 여행 자주 다니기
9. 돈과 소비를 소중히 여기고 절약하는 습관 만들어주기
10. 자기 일을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 보여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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