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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은 복수,

하늘의 뜻에 따라

감성 인스타에 마음이 동하여

글램핑을 떠났다.


가평, 좋더라.

오랜만의 드라이브,

농협에서 삼겹, 오겹살, 쌈장 다부지게 챙기고

체크인 하려는데,

헉..

왜 여행플랫폼 후기에 앞모습만 멋들어지게 찍어 보이고, 도로가 인접한 뒷모습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은 걸까

속상했다.


우리 가족은 캠핑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고

늦은 나이에 출산한 우리 부부..

야외활동을 즐기지 않는 남편과 아이..

실제 캠핑, 글램핑 경험이 없어

환상이 있었다.

특히 글램핑에..


그런데, 기침이 완전히 낫지 않은 아이컨디션과

추울 거라는 주말기상예보에

이 로망 괜찮은걸까..걱정이 춤을 췄다.


다행히 체크인 할 때

우리 텐트는

계곡 바로 옆 명당인걸 확인하고

아무래도 영하로 떨어진다니

늦게 예약했음에도 이런 자리가 있구나

싶게 만족스러웠다.

그림 같은 풍경과 물 흐르는 소리,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소리.

갖춰진 전기장판을 깔고, 히터 틀고,

제공된 깔깔이까지 입으니

행복이 이런 걸까.. 힐링이 절로 되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 후 마시멜로 타임까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 런. 데..

아이가 있어

일찍 양치하고 잘 채비를 한 우리 가족은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밤이 깊어질수록 칠흑 같은 어둠 속

옆텐트의 말속리가 크게 들렸다.

마치 바로  옆에서 귀에 대고 얘기하는 것처럼

딕션 정확하게 꽂혀왔다.


군대경험이 없는 나마저도

군대 전역 후 회합한 그들의 회식자리에 함께하는

느낌이었고.

추워서 다른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어

꼼짝없이 누워

군대이야기를 경청해야 했다.


고통스러웠다.

미운 감정이 나를 지배했다.

여행 플랫폼 켜고

악랄한 후기를 남겼다.


밤 12시가 넘으니

말소리가 잦아들었고

선잠을 자다 깨다 하다 보니

새벽이 왔다.


새로운 날이 밝았다.


일찍 잠들었던 아이가 웃으면서

깨어 게임기를 찾는다.

기침을 더 하지는 않는다.

남편은 배가 고프다며

라면을 찾는다.


부스럭 시계를 보니 6시 좀 전이다.

적막을 깨고

우리 부부는 어제 못 치운

그릇을 공용주방에서 닦아왔다.

아이는 화장실을 다녀왔고,

라면을 끓어 호로록호로록 먹었다.

사과타임..

껍질째 한알씩 집어 들고

아삭아삭 입안 가득 조심스레 사과즙을 빤다.


캐리어를 싸고,

뒷정리를 끝으로

글램핑 장을 떠난다.

 

새벽달이 이쁘다.

별도 참 많다.


고맙다.

내 성격에 아침형 우리 가족의 민폐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게

어젯밤 배려받지 못했던 게...


개울물 소리가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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