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니구나..
아이 상담을 갔다.
준비물을 안 챙겨 오는 아이라고 한다.
"어머님이 못 챙기시면 아버님께서 같이 챙겨주세요"
워낙 아빠가 꼼꼼해서
준비물 챙기기는 남편몫이었는데
머리가 띵했다
시력이 안 좋은 지 오래인데
왜 안경을 안 해주세요..
눈이 안 보이면 앞이 안 보여서 위축되고
소셜라이징에도 방해가 되죠.
아이가 세상에 도움을 청해도
소용없다고 학습이 된 것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꾹꾹 누르던 눈물이 흘렀다
치과 하는 후배가 부정교합치료가 급하대서
치과 데려갔더니 하루 20시간 착용하라고 해서
내가 잘 챙길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고
안경은 요새 드림렌즈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걸 어찌 또 매일 관리해 주나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런 사정을 말해봐도
선생님은 꿈쩍도 안 한다
풀배터리 검사를 해보세요..
아.. 여기에 태스크 추가요~~
문자가 왔다. 지도교수님 아드님 결혼식이라고.
교실 사람들 다 모이는데
학부 기숙사시절부터 좋아하고 존경하던
선배가 나에게 최근 쌀쌀맞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문자를 보냈다.
선배, 결혼식 때 뵈어요.
읽.씹.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취급받지 못하는 건 결의를 다지게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등돌림은 나를 의심하게 한다.
내가 무엇을 놓친 걸까..
내 존재감의 부정
우울
혼란스러움
갈피를 못 잡음.
이러한 시간들마저
그냥 익숙해진다.
그냥 그냥
괜찮아졌다.
아침에 일어나
무거운 맘을 추슬러
집 앞 육상트랙을 돌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개키고
아침을 차린다.
그래.. 해야 하는 걸 해야지.
하기 싫어도 해야지.
안 내켜도 하는 거지.
그냥 그냥 괜찮아지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