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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미를 추구할 자유가 생긴다는 것

아버님의 건물 외에도 현금과 주식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 부부는 밥벌이에서 자유로워졌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한 연구실에서 아... 내가 이 방문을 나서서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가슴 저 밑바닥부터 온몸의 세포를 깨웠다.


그리고는

출근길이 고되지 않고

퇴근이 고프지 않았다.


다만 오래 허기가 졌던 사람처럼

백, 액세서리, 구두, 가구, 옷들을 사들였다.

명품 쿠팡 올리브영 가리지 않고

평소 머리에 떠올렸다가

가격표를 비교하면서

도리질 쳤던 것들을 죄다 사재 꼈다.


현금을 한 뭉치씩

지갑에 넣고 다니니

백화점 어느 층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쇼핑에는 시간이 별로 들지 않았고.

지갑을 여는 나에게

점원들은 한없이 친절했다.


아... 엄마 지갑도 뺏어 세지 않고 한 다발 욱여넣었다.


그런데 아빠에게는.. 그런 마음이 안 생겼다.

현금 한 다발 뚝 떼어드리고 싶은 그런 마음은... 살 떼어 주는 엄마에게만 샘솟는 자식의 마음이란 걸 알았다.


그리고

매일 아침 표정을 확인한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생활에서의 자유로움이

이제 조금씩 조금씩 수용되는 듯하다.


머릿결은 부드럽고

손톱도 특별하게 샵을 가지 않았음에도 반질거린다.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듣기 위해 매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고

아침저녁으로 집 앞 트랙을 뛴다.


피부에 여드름 하나 안 난다.


신경 쓰이는 건 새끼발톱의 무좀..

그리고 차량을 무엇으로 바꿀지 고민 중이라는 점...


친정아빠생신 구실로

집에 초대된

오빠가

"월 삼백만 주면 내가 운전해 줄게.., "나즈막이 한탄을 하는데

되지도 않게 천박한 유머가 이어진다.

"불로소득을 네가 왜 채가냐? 내가 해야지"

나의 뼛속 깊은 천박함은 아버지로부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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