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사치, 명품백사치, 그릇 사치
여성의 사치는 보석, 백, 그릇. 순이라 했다.
나에게는 하나같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강남, 대치, 잠실, 엘리트...
의사, 판검사, 변호사, 서울대
우습게 느껴졌다.
하나의 정답을 향해
압사당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대한민국이 시시했다.
내 길은 길 밖에 있어야 했다.
몰랐다.
나를 길 한 가운데 놓기 위해
내 부모, 내 가족 모두 기를 쓰고 있다는 것을
그들의 희생을 빨아먹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에서조차
할아버지를 여의고 상고를 나와 야간대학 영문학을 전공하신 아버지
항상 영어테이프를 틀어놓고 조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다.
저럴거면 차라리 주무시지.
어린 내 생각에 일과 공부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저 조는 모습이 정신력의 문제라고 비판적 사고를 갖고 접근했던 듯 하다.
은행에서 IMF때 명예퇴직을 하셔야 했던 아버지
일흔 다섯인 지금까지 일을 하고 계시나,
회사가 여러차례 바뀔 때마다
억척스레 퇴직금 십원도 건드리지 않고 강남, 용산 열심히 아파트를 모으신 어머니.
백억이 우스운 상가를 남기고 가신 아버님
세무조사가 두렵지 않을 만큼
물려받은 거 없었던 장남 부부인 우리
십사평 원룸도
경기도 전세도
구축 썩다리 아파트 전세도
영혼까지 끌어올린 대출금 이자로 은행반-내집반 마련하고 감당할 수 있었던 것도
설마 거품빠지면 부모님이 우리 굶어죽게 놔두시지는 않겠지
막연한 믿음이 있어서였겠지만..
우리는 십년 세월에 다섯번여 이사를 했고,
좋은 옷도
좋은 가구도
좋은 신발도
좋은 백도
좋은 보석도
그렇게 탐나지 않는 경험치를 쌓게 되었다.
이사 다닐 때 세상 신경쓰이는 게 귀중품, 사치품이라
몇 번 안든 양가죽 C사 백도 세월이 흐르니
그냥 헐어지는 걸 보니
귀하고 구하기 힘든 것 일수록 상하면 주인맘에 큰 스크래치 내는구나...경험하게 되었고,
한 평생 그냥 편하게 살려거든 가성미 좋은 물건에 애정을 쌓아가며 사는게 맞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