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 상태에서 마주했던 열패감

저 밑바닥에 꽁꽁 여며놓았던 열패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냥 다 싫었다.


몇 년씩 아파서 꿇어야 했던 세월도 억울하고,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간도, 사람도, 다 미웠다.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았았다.


옆자리에 앉는 앳된 얼굴의 학우가

"선생님도 아동이세요? 저돈데..." 하면

"그래요? 반가워요..." 하면서도 속으로는 저 치는 몇 살이나 되었을까... 싶었다.


부지불식간에 훅훅 펀치가 날아들어왔다.


나는 죽을 둥 살 둥 기를 쓰고 열등감을 꾹꾹 눌러가면서 학점을 채우고 있는데,

다른 이들은 너무나 쉽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제자리 뛰어, 제자리 걸어, 제자리 앉았다 일어서를 천만번쯤 하는 지긋지긋한 기분으로

들었던 수업을 듣고 또 듣고 있는데,

다른 아이들은 벌~써 수료를 하고

논문을 저널에 게재하고

그것도 SCI급 논문에...

얼마나 신이 날까...

부러웠다.


불이 다 꺼진 껌껌한 운동장을 한없이 하염없이 뛰고 있는 기분이었다.

언제 이 운동장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자괴감이 들었다.


손에 쥔 쪽지에는 "운동장 백 바퀴"라고 써져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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