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엄마의 아이가 행복하다

예쁜 옷 사기

몇 주 전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갔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간만의 서울 외출이었던 데다 인터넷 쇼핑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다양한 옷들의 향연이 펼쳐지다니 꿈만 같았다. 사람마다 소비 패턴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하던데, 나는 옷을 좋아했었다. 한 편집숍에서 물끄러미 원피스를 바라보면서 탄식을 했다. 뱃살과 팔뚝살이 아니라면 저런 옷을 입으면 정말 예뻐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체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살이 찌고 보니 가장 소화하기 어려운 아이템이 바지와 카디건 차림이다. 배를 가리기 위한 품이 넉넉한 쟈켓이 필수이고, 목부분이 길게 파여야 덜 답답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대한 살이 쪄보이지 않게 코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지만, 친정엄마가 내 몸의 상태를 단박에 알아보시고 낮게 탄식하시며, “너 지금 옷 못 사.”라고 하셨었다.


일요일 아침, 브런치 카페를 찾은 우리 가족. 아빠는 논문준비, 아이는 게임 삼매경이다.

월경 중이라 짙은 옷을 집히는 대로 주서 입고 왔더니 남편이 반바지 없냐 했다.

맘에 드는 반바지 한 벌 사려도 쇼핑을 해야 하고, 나를 위해 오프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날이 3개월에 하루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하니,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도 가능한 데네 마음이 문제라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를 위한 시간, 돈을 쓰지 않으면서 살도 15킬로 이상 쪘고, 우울증도 온 듯하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하기를 원한 사람은 없다. 특히 나를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 중에...

그러니, 이제라도 누구보다 내 중심으로 살아야겠다.


어릴 적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성공도 하고 싶었고, 내 삶을 온전히 내가 설계해 나갈 자신감이 충만했었다. 전업주부이던 어머니는 넉넉지 못한 살림에 전전긍긍하셨는데, 잘 꾸미지 않으셔서 옷 선물을 하면 항상 반품 환불을 하셨다. 우리 집은 식구가 많지 않아 대학생이 된 후로는 고모와 친언니처럼 함께 많은 추억을 쌓았는데, 언젠가 고모의 생일에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다 옷 선물을 했었다. 살짝 실루엣이 드러나는 하의에 길게 내려오는 상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엄마나 고모와 같이 내가 사랑하는 가까운 성인 여성들이 자신을 가꾸어 행복하고, 그 행복을 주변에 전파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여성의 몸에 대해 사회가 들이대는 잣대에 맞추어야 자기 관리 혹은 통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페미니스트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것을 감수하고 이 자리에서 나의 견해를 밝히는 큰 이유는 막상 내가 비만이 되고 보니, 일차적으로 내 몸을 간수하는 것이 힘들고, 더 나아가 미래의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신체에 대한 통제는 필요한가?

관리받는 여성의 신체는 아름다운가?

사회적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통념과 기준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왔다. 하지만, 지금 내 몸 상태가 엉망인 것은 사회적 혹은 시대적으로 봐도 자명하다.

무엇인가 해야만 했고 해야만 한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글을 쓰면 나 자신의 감정을 되짚어보면서 폭식을 반복하는 이유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활기찬 에너지를 주변에 나누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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