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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Oct 01. 2023

추석명절, 며느리는 아프다.

집안 이야기 확성기 대고 얘기는 못한다. 그래도 어느 집에도 크고 작은 아픈 사연 없는 집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도 사연이 있고, 명절이 되면 각자가 해석한 사연이 서로를 아프게 한다.      

마흔 초반인 나에게 어머님은 차례를 넘기셨다. 

당시로서는 남편을 통해 우리 집에서 차례를 지낼 여유가 없으니 어머님이 좀 더 지내시라고 메시지를 전달할 요령도 없었다. 반절은 오기였고, 반절은 포기였다. 

“그래, 그 어렵다던 박사도 했는데, 그까짓 차례상 일 년에 두 번 못 차리겠어.” 호기롭게 제기와 용품들을 받았다.     

좋은 점은 내가 후딱 시장 봐서 전 부치고 나물 무치고 후루룩 준비 끝내면 어디든 바람도 쐬러 갈 수도 있고, 카페에 앉아 커피도 홀짝대다 올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시댁에 가면 꼼짝없이 부엌대기가 되어 저녁 차려내고 차례음식 준비하고, 잠도 불편하기 짝이 없게 잔 피곤한 상태에서 절하고 차례를 지내야 하는데, 잠도 내 집에서 편하게 잘 수 있고 여러모로 장점을 댈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내 나이 마흔둘에 차례를 지내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육칠십까지 나 혼자 차례를 지낸다고 생각하면 아득하다.       

남편은 다행히 험한 일을 양손 걷고 도와주는 편이다.      

추석 명절에 좋지 않은 점은 명절 다음날이 시할머니 제사여서 성묘를 가야 한다는 점이다. 차가 많이 막혀서 아이가 힘들어하기도 하고, 가는 길에 마땅한 휴게소 하나 없어서, 화장실도 참아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우리 시어머님은 나에게 연락을 잘하지는 않으신다. 그런데 당신네 일이 생기면 남편에게 전화를 하셔서, 오라 가라 하신다. 용인에서 서울까지 안 막혀야 1시간 반인데 왕복 3시간 오가는 효자 남편만 죽을 맛이다. 요번 성묘에서는 시아버님이 남편과 함께 벌초가 안된 묘를 다녀오시느라 30분 정도 차 안에 시어머님과 아이와 셋이 차에 남았는데, 시아버님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남편가 도련님 사이가 틀어져 아버님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셔서 더 안 좋으신 것 같다고 내 생각을 말씀드렸는데, 어머님이 그 말에 자극을 받으신 건지 오래전에 지나갔던 이야기를 꺼내며, 내가 잘못했다고 에둘러 공격을 하셨다. 나는 마음을 잘 감추지 못하는 편이고 얼굴에 표정이 다 드러나는 편이다. 내 표정이 좋을 리 없었을 텐데, 어머님은 계속해서 말로 내 가슴에 비수를 꽂으셨다.       

참 서운하다. 

우리 집에도 하나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고, 학교 동료교수님들도 아시는 우리 집 대소사와 관련해서, 예를 들면 아이가 발가락이 부러졌다던지, 집 안 식구들이 코로나로 모두 고생이라던지, 남편이 허리를 삐끗해서 움직이기 불편하다던지 하는 일들을 시댁에 알리려고 치면, 알려하지도 않으시고 걱정을 시키다니 괘씸하다는 식의 해석을 하시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양쪽 집안의 분위기와 문화가 많이 다르다고 10년 동안 알아왔지만, 대화의 방식이 상명하복인 것은 익숙하지 않다.      

서로 이해하고 위해줘도 가족 간의 관계라는 것이 어려운 것인데, 어머님 개인은 남과 비교하여지기 싫어하시고, 질투도 많으신 양반인 것 같다. 한 번이라도 덜 부딪히는 게 답이겠거니, 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하다. 고생했다면서 다가오는 남편 얼굴 위로 시어머니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몸을 뒤로 뺐다.      

명절에 며느리는 참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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