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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Nov 30. 2023

내 인생의 라르고

찬찬히 되짚어보는 2023년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빠르고 현란한 곡조에 매혹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느린 박자에 풍부한 감정을 담아내기에는 느린 곡조가 되려 까다롭게 느껴진다.


서른다섯에  다시 시작한 공부,

남들보다 뒤처져있다는 열등감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이리저리 질질 끌려다녔던 대학원시절,

비밀번호를 소망하는 것으로 바꾸라는 자기개 발러의 말을 듣고 '2021 졸업'으로 비번을 바꾸고, 긴가민가 하면서도

무자비하게 나를 몰아세우면서 진행했던 박사논문,

6년 만의 졸업,

취업,

대학강단에 서고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된 갈등...


열심히 살았고,

포르테,

포르테,

포르티시모의 연속이었다.


회사 구조조정으로 뜻하지 않게

회사원에서 교수로 직업을 바꾸게 된 남편,

잦은 이사로 17개월에 시작하여 졸업 전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섯 번이나 바꿔야 했던

아이와 몰디브로 3주간 여행도 하고, 나를 위한 보상으로 셀프 명품선물도 많이 했지만,

무엇을 보상해야 하는 것인지

개념은 정확하게 정립하지 못했던 것 같고

이제야 조금씩 의식이 돌아오는 듯하다.


현실감각이란...

정년트랙 교수임에도 4년에 한 번씩

평가결과에 따라 재임용,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와 쉽게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던 논문이 게재불가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강의평가가 2년여 기간 동안 바닥을 박박 기고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간 위기에 대처하는 나의 방식은 회피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부모 탓, 환경 탓하지 않고

현실을 직면하겠다는 묵직한 다짐을 일기장 위에 풀어논다.

졸업, 취업, 이직 등등에 더 이상 쫓겨 다니지 않고

내가 선택한 결정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앞으로 하는 결정들은 조금 더 신중하게

만들어 나가고 싶다.


고립과 집중,

나에 대해 파악하고

나를 다시금 발견하고

진짜 나와 조우하여

삶의 충만한  2023년 마지막 달을 수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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