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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빚내서 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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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Oct 14. 2023

진짜 공부할게

외동아들의 절규

우리 부부에게는 당시에(지금으로는 상대적으로 아니나)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간절히 소망하고 어렵게 얻은 아들이 있다. 양가에도 아이는 아직까지도 하나라 부족함 없이 키우고 있다. 


괌 여행을 결정할 때도 지금 이때가 아니면 아이에게 진한 가족여행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시기를 놓치는 것 같아 빚까지 내어 큰맘 먹고 진행했다. 


남편도 나도 아이에게만큼은 어느 부모의 마음 못지않게 절절하다. 


그런데 괌을 다녀온 직후 아이가 받아쓰기를 0점 맞아온 것이 아닌가.


벌겋게 칼침을 맞아온 시험지를 보고 있자니,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공부에 관심이 없고 못하는 아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무뎌지면 어쩌나 걱정스럽기도 하고, 붙들고 앉아서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시키려고 하다 보니 강하게 반발하는 아이의 태도도 점점 벅차고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신나게 놀고 오면, 공부도 열심히 하면 좋으련만,

만화와 게임에만 정신이 팔린 아이가

남자아이라서 늦되어 그런 것이겠지만 참 야속했다. 


초등학교 들어가는 기념으로 아이 친할아버지가 사주신 책상에서 

아이는 한 번도 스스로 연필을 잡은 적이 없었다. 

하루에 한 장씩만 진도를 나가자고 어르고 달래어 책상 앞에 앉혔는데

틀린 부분을 지적하니 아이가 발로 책상을 쿵쿵 차는 것이다.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서 

아이에게 윽박을 지르는데 남편까지 화가 잔뜩 나서 

결국 아이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게 되었다. 


아이는 "진짜, 공부할게!~"라며 엉엉 울었고,

나는 단호하게 "네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 못했는지 생각해 보고 이따 다시 얘기해."라며 아이 방문을 닫았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너무나 보람되고 기쁨이 고양되는 경험임임과 동시에 

쓰라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이기도 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부모를 공경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학습경험에 겸허하게 임하면 좋겠다고 잘 타일러 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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